웰컴금융, 자회사 팔고 구조조정 추진
미건라이프, 인수 2년 만에 되팔아
대부업에서 시작해 저축은행과 캐피탈, 자산운용사 등을 거느린 거대 금융 기업으로 덩치를 키운 웰컴금융그룹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주력 회사인 저축은행이 올해 들어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으로 재무 지표가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 수익도 감소하게 된 것이다.
웰컴금융그룹은 몇 년간 서비스업과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저축은행 등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 웰컴저축은행, 올해 수익 ‘반토막’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519억원)과 비교해 54.1% 감소한 수치다.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늘고, 부동산 금융 등에서 대손상각비 부담도 커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영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총수신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6조117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조6808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신 규모도 같은 기간 5조8477억원에서 5조3246억원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부동산 PF 대출로 건전성 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웰컴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6%로 지난해 같은 기간(4.8%)에 비해 2.8%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도 2.5%에서 4.6%로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에서 고정 등급 이하의 부실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고정 이하 여신인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은 모두 부실채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수치가 상승하면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간주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웰컴저축은행의 부동산금융 노출액이 너무 많고 대손비용 부담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 저축은행 위기에 흔들리는 ‘대부업 신화’
웰컴금융그룹은 지난 2002년 설립된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을 모태로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등과 함께 국내 대부업 시장을 주도해 온 ‘웰컴론’이 웰컴크레디라인의 브랜드다.
웰컴이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저축은행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다. 당시 매물로 나온 예신저축은행과 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해 웰컴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단 데 이어, 서일저축은행까지 흡수해 1년 만에 대형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웰컴저축은행의 영업권은 서울이었기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웰컴캐피탈을, 지난해에는 웰컴자산운용을 각각 출범시키며 종합 금융그룹의 형태도 갖췄다. 또 렌탈서비스 업체인 웰릭스렌탈과 IT 금융결제업체인 웰컴페이먼츠를 설립하는 등 비금융 영역으로 덩치를 확장해 왔다.
그러나 주력 계열사인 웰컴저축은행의 실적 부진과 재무 구조 악화가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지면서, 경영진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확장 대신 위기 대응을 위한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 미건라이프 인수 2년 만에 재매각
웰컴금융그룹은 이달 초 계열사인 미건라이프의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미건라이프는 의료기기와 생활용품 제조사로 웰컴이 자회사인 웰릭스렌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월 인수한 곳이다. 그러나 웰릭스렌탈의 실적이 계속 악화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데다, 저축은행마저 흔들리면서 결국 비금융 계열사인 미건라이프를 인수 2년도 안 돼 되판 것이다.
웰릭스렌탈은 지난 2021년 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건라이프 인수 후인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203억원으로 급증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웰컴은 수협은행과 웰컴캐피탈과 웰컴자산운용 매각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까지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저축은행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캐피탈과 자산운용사의 매각을 두고 웰컴금융그룹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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