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세근x김선형이 말하는 KINGDOM OF KNIGHTS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SIGN_SK와 사인하기까지
안양 KGC(현 정관장)의 상징이나 다름없었지만, 오세근은 오프시즌 FA 협상에서 KGC와의 간극이 컸다. 오세근이 추후 소셜미디어에 “우승의 여운이 가시기 전 큰 실망과 허탈함을 느꼈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을 정도로 양 측은 온도 차를 줄이지 못했다. SK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끝에 3년 보수 7억 5000만 원에 사인했다. 오세근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덕분에 원투콤비의 재회라는 스토리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세근 많은 생각을 했던 건 사실이다. 12년 동안 이뤘던 걸 놓고 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김)선형이뿐만 아니라 (허)일영이 형도 많은 도움을 줬다. 일영이 형이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일영이 형도 한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에 팀을 옮기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영이 형에게 많은 걸 물어봤는데 SK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결심할 수 있었다. 부담은 언제나 있었다. 팀을 옮겼기 때문에 주위에서 많은 말이 나올 텐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선형 우리 팀과 협상 중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오)세근이 형이랑 통화도 했는데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만 했을 뿐 현실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 ‘발표 나오기 전까지 설레발치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진짜 올까?’ 싶었는데 이뤄져 너무 기분 좋았다. 13년 만의 재회다. 뭉클하고, 기대도 크다.
SK는 마침내 악몽의 롤러코스터 구간에서 벗어났다. V2를 달성한 2017-2018시즌 이후 플레이오프 탈락-상위권 사이클을 반복했던 SK는 전희철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에 창단 첫 통합우승을 만들었다. 이어 2022-2023시즌 역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눈앞에 다가왔던 우승 트로피를 KGC에 넘겨줬지만, 최준용의 시즌아웃 악재를 딛고 창단 첫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성과였다. SK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전력을 보강했다. “현대모비스처럼 꾸준한 강팀을 만들고 싶다”라는 의지 속에 FA 오세근, 아시아쿼터 후안 고메즈 딜리아노를 영입했다. 오는 11월에는 안영준도 제대한다. SK는 왕국을 만들 채비를 마쳤다.
선형 ‘롤러코스터라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진 않을까?’라고 걱정한 적이 있었다. 그게 진짜 팀컬러가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에 깨뜨렸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올 시즌에는 KBL 센터 중 최고가 왔기 때문에 기대도 크다. (과거 현대모비스 왕조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대단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혼자 다 해먹는 거 아냐?’란 생각도 했다(웃음). 우리도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왕조 구축을)해볼만하다는 걸 보여줬다. 다른 팀들 역시 전력이 좋아진 우리 팀을 보며 더 자극을 받을 테고, 그만큼 이겨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생긴다. 물론 기대만큼 부담도 없진 않다.
세근 부담 갖고 해야 돼(웃음). 개인적으로 항상 우승 반지 5개가 목표라는 얘기를 해왔다. 안양에서 5개를 채웠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팀을 옮겼다. SK에서 몇 개라고 얘기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많이 추가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면 SK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KBL_춘추전국시대 맞이한 KBL
SK만 전력을 보강한 건 아니다. 2023년 FA시장에서는 ‘역대급’이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대어들의 이적이 많았다. 창원 LG(양홍석), 부산 KCC(최준용), 수원 KT(문성곤)는 FA 협상을 통해 부족한 포지션을 메웠다. 어려운 여건에도 ‘감동 캐롯’을 만들었던 데이원스포츠 선수단 역시 고양 소노에 의해 재창단, 안정적인 환경 속에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이 약화된 팀들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상향평준화된 덕분에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순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형 전력이 좋아진 팀이 많아져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선수 구성상 4팀 정도가 상위권이라 보는데 그렇다고 나머지 팀들이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올 시즌이야말로 부상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우승 후보를 꼽는다면?)그건 아직 이르다. 상위권을 꼽으라면 우리 팀과 LG, KT, KCC일 것 같다. DB 역시 디드릭 로슨이 활로를 뚫어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원래 높이를 갖춘 팀이었고, 잘하는 선수였던 이선 알바노는 적응까지 마쳤다.
세근 나도 KCC, LG, KT, DB 등 여러 팀의 전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기대가 된다. 여러 팀의 전력이 상승한다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재밌는 경기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SK는 원래 강팀이었다. 내가 합류했다고 무조건 우승 후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팬들 입장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경쟁 구도가 많아졌다.
오세근은 발목 재활로 인해 일본에서 열린 친선대회에 결장했지만, 전희철 감독은 벌써부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만난 전희철 감독은 오세근에 대해 “벌써 패턴을 익혔다. 팀 훈련하는 것만 봐도 응용된 패턴까지 이해하더라”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오세근은 팀 훈련에서 신인이나 다름없는 고메즈가 헤맬 때 패턴에 대해 알려주며 SK 관계자들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농구의 길’ 하면 김선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선형은 데뷔 초기만 해도 돌파에 의존한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점차 어시스트 능력을 끌어올려 지난 시즌에 데뷔 첫 어시스트 1위(6.8개)에 올랐다. 통산 어시스트 순위에서도 김선형 위에 있는 선수는 7명뿐이다. 김선형은 5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속공이나 돌파 시 노하우에 대해 “나만의 내비게이션이 있다. 상황이 생기면 ‘이쯤에서 우회전하고, 저기서 좌회전하면 득점입니다’라는 입력값이 나온다(웃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 내비게이션’에 또 1명의 ‘농구 도사’가 가세했으니 SK를 향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근 농구와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이나 다른 팀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한다. 결국 훈련, 경기에서 많이 시도해봤던 게 누적이 된 것 같다.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몸이 엄청 근질근질했다. (송)창용이, 일영이 형이 뛰라고 부추겼는데 한국에서 잘하려고 아껴뒀다.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훈련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선형 어릴 때 상대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까지 9명 다 제친다는 생각으로 했다. 운전할 때도 속력 올리면 사이드 미러에 뒤로 처지는 차가 보이지 않나(웃음). 나도 그런 식으로 농구의 길을 찾은 건데 누군가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했던 건 아니다. 세근이 형은 농구의 길, 가드들이 원하는 게 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선수다. 헤어 커트하러 갔다고 비유하면, 자리에 앉기만 했는데 내 얼굴에 맞춰서 잘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조금만 더 이쪽으로 스크린 해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면 와서 정확히 그만큼 각도를 만들어준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오세근에게 SK 생활은 어떻게 즐기고, 어떤 걸 주의해야 된다는 내비게이션을 입력한다면?)일단 세리머니는 진심을 다해서 해야 한다. 내가 몇 개 만들어줄 수도 있다(웃음). 세근이 형 정도의 선수라면 주의할 점은 딱히 없다. 우리 팀에서 주의할 건 감독님의 레이저인데 세근이 형은 레이저 안 맞을 것 같다.
인천 출신들이 합작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필이 알려진다면, 오세근과 김선형은 방송인 김구라에게 특히 사랑받는 농구선수가 될 것이다. 나란히 인천 출신이다. 이들은 각각 농구 명문 제물포고와 송도고를 졸업했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나란히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형 고등학생 시절에는 서로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물론 ‘제물포고에 괴물 센터가 있다’라는 소문은 들었다. 송도고와 제물포고는 전국체전 출전을 위한 평가전을 치르는데 그때 세근이 형의 실물을 처음 봤다. 몸이, 와…. 진짜 지금보다 더 좋았다. 당시 제물포고는 세근이 형만 잘했고, 우리 팀은 포지션별로 고르게 전력이 좋았다. 우리 팀이이겼는데 중앙대에 함께 진학한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끝나자마자 수고했다고 인사하러 갔는데 그냥 나가더라(웃음). 그땐 ‘예민한 형이구나’ 싶었는데 대학에서 함께 생활해보니까 귀여운 면이 많았다. 귀엽다고 짚어주면 또 좋아한다(웃음). 당연히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결승전은 끝나기 전까지 접전이었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눈물부터 펑펑 흘렸다. 형들이 코트 중앙에서 세리머니 할 때도 수건으로 눈물 닦느라 즐기지 못했다. 입대를 앞두고 금메달을 딴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세근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동안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기뻤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몸 상태만 괜찮았다면 재밌게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을 것 같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병원에 다녀보며 치료도 받았는데 쉽지 않았다. 아쉽지만 하차가 결정된 만큼 몸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오세근과 김선형은 나란히 프로선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받은 발목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 오세근은 데뷔 시즌을 마친 직후 발목수술을 받아 2년 차 시즌을 통째로 비웠고, 김선형 역시 2017-2018시즌 초반 아찔한 발목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시련은 이들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오세근과 김선형은 잠시 인고의 세월을 보냈지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에 오르며 부활 스토리를 썼다. 어느덧 30대 후반을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뤄야 할 목표가 많이 남은 것도 같았다.
세근 선수 생활하는 동안 우승도 많이 하고 상도 많이 받아봤다. 부상으로 인한 굴곡도 있었다. 그 부분을 이겨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부상 때문에 좋지 않은 얘기도 들었지만, 그런 얘기를 통해 독기를 품었다. 오히려 부상과 그에 따른 평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큰 부상을 또 당하면 안 되겠지만, 쓴소리 들으면 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준비는 늘 하던 대로, 내 스타일대로 할 것이다. 팀에 누가 되지 않게 준비해서 꼭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하겠다.
선형 아시안게임 금메달, 챔피언결정전 2회 우승도 뿌듯하지만 외국선수와 함께 뛰는 시대에 국내선수도 1경기 최다득점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49점이 김영만 감독님과 타이 기록(밀어주기 제외하면 국내선수 1경기 최다득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선수들과 함께 뛰어도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많다. 상을 받으면 받을수록 목표가 더 커지더라. 지난 시즌에 10시즌 만에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는데 앞으로도 그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고, 팀도 항상 우승권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목표도 있다. 나는 아직 이뤄야 할 게 더 남았다.
HEAD COACH_전희철 감독의 눈물
전희철 감독은 SK뿐만 아니라 김선형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지도자다. 김선형이 데뷔할 당시 수석코치였고, 2021-2022시즌부터는 감독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 김선형의 데뷔 시즌부터 줄곧 함께하고 있는 유일한 1군 지도자다. 그만큼 김선형과 나눈 교감도 많았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전희철 감독에게 또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안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선형 납회식에서 우시는 감독님을 보며 그동안 어떻게 숨기셨나 싶었다. 이미지만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 같지만, 감독이 되신 후에는 선수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정말 많이 하신다. 특히 나와 많이 나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벤치에 갔는데 (김)형빈이가 엄청 울고 있고, 일영이 형은 눈물 콧물 다 짜고 있고…. 거기서 나까지 울 순 없었다. 그러면 가족들, 팬들이 얼마나 슬퍼하겠나. 그래서 꾹꾹 참았는데 감독님 우시는 걸 보는 순간 나도 터졌다. 감독님은 예나 지금이나 농구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 리더십이 변함없다. 선수들에게 분석을 통해 세세하게 얘기해주시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 (올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면, 감동 대행 경력 시절 없이 데뷔 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최초의 감독이 되는데?)처음 듣는 기록이다. 그 얘기를 들은 이상 올 시즌도 무조건 챔피언결정전에 가야 할 것 같다.
2007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중앙대는 대학무대에서 52연승이라는 전설을 썼다. 대학농구의 전력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걸 감안해도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숫자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아야 할 업적이다. 고려대 역시 압도적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재개된 대학리그 홈&어웨이에서 2연패를 달성했지만, 복병에게 패해 번번이 전승 우승만큼은 못 이뤘다. 전 학년에 걸쳐 호화 진영을 갖췄던 팀이지만, 오세근과 김선형에게 들은 중앙대의 52연승 신화 속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또 있었다.
세근 대학 시절을 생각해보면 즐거웠던 기억이 훨씬 많다. 선형이가 운동할 때부터 공 잡기만 하면 뛰고, 앞선부터 수비해줘서 말도 안 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함)준후, (박)찬성이 등 여러 선수가 함께 했는데 특히 선형이와 같이 하면 늘 재밌었다. 사실 훈련은 너무 힘들었다. 훈련량이 정말 많았지만 잘 이겨냈다. SK에서도 중앙대에서 선형이와 함께 했을 때처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겠다.
선형 52연승은 엄청난 자부심이다. SK나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이 종종 대학 시절 얘기를 하는데 나는 일부러 안 한다. 굳이 얘기 안 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끝판왕’ 아닌가(웃음). 내가 얘기 안 하길 바라는 것도 느껴진다. 그 정도로 자부심이 크다. 훈련량은 진짜 많았다. 예를 들어 5대5 공격 왕복하는 걸 볼데드나 작전타임 없이 8분 넘게 한다. 5분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누구에게 패스한 건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힘들다. 다른 학교에서는 훈련을 안 해봤기 때문에 그 정도 훈련하는 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유니버시아드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일인데 이때도 김상준 감독님이셨다. 중앙대에서 하는 훈련의 반밖에 안 했는데 다른 학교 선수들이 다 쓰러지더라.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연승을 계속 이어가는 원동력은 훈련량에 있었구나’라는 걸 느꼈다.
STAR WARS_별들의 전쟁, 린새니티 vs 플래시썬
2023-2024시즌은 SK의 V4 재도전 외에도 큰 이슈가 있다. SK는 EASL 2023-2024시즌에서 B조에 편성됐는데, 돌연 해산한 베이 에어리어 드래곤즈를 대신해 뉴 타이페이 킹스가 B조에 합류했다. SK와 뉴 타이페이는 조별리그에서 홈&어웨이 형식으로 2차례 맞대결할 예정이다. 뉴 타이페이는 NBA에서 활약했던 대만계 미국인 제레미 린을 영입, 화제를 모았던 팀이다. 다시 말해 김선형과 제레미 린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제레미 린은 국적만 미국일 뿐 순수 혈통은 대만이다. 한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 ‘아시아 가드도 NBA에서 통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름에 광기를 뜻하는 INSANITY를 합성한 ‘린새니티’라 불렸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조 잭슨, 안드레 에밋 등 단신 외국선수들과 맞대결할 때마다 “붙으면 붙을수록 자극을 받는다”라고 말했던 김선형의 승부욕이 또 한 번 자극될만한 ‘별들의 전쟁’이 임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형 ‘린새니티’의 굉장한 팬이다. 맞대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NBA에서 한 획을 그었던 선수라고 생각한다. 존경심을 갖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붙어보고 싶다. 조던 클락슨과 대결할 때만큼 재밌을 것 같다. 맞대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준비 잘해서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난 시즌 EASL은 슈퍼위크 형식으로 열려 대회를 치를 때 체력 부담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KBL 시즌을 소화하는 데에 영향을 받았다. 올 시즌은 홈&어웨이 형식이기 때문에 분명 두 리그 모두 체력 부담이 따를 것 같지만, 이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부분도 잘 컨트롤하면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 나에게도, 팀에게도 새로운 도전인 만큼 기대가 된다. (지난 시즌 EASL 준우승 후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그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는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열악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EASL 결승은 체력적인 부분을 조금만 더 컨트롤했다면 우승하지 않았을까. 거의 다 잡았던 우승이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컸다. 물론 아쉬움이 남았던 만큼 이번 EASL에 대한 동기부여도 된다. 계산해보니 지난 시즌에 총 72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도 못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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