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대출·마른 돈줄에 아파트 거래 ‘반토막’
10월 서울 매매 신고 383건뿐
‘고점’ 인식 속 매수 심리 위축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축소에
고금리 현상 장기화까지 겹쳐
시장 회복에도 ‘회의적’ 전망
이달 들어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업계에선 추석 명절 영향보다 시중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는 강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다시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383건이다. 이는 지난 9월 748건(당월 18일 신고), 8월 589건(18일 신고)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10월 최종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말 집계되지만,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8월이나 9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줄면서 시중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7만6314건으로 지난달 19일(7만3563건)보다 2751건 늘었다. 1월(5만2276건)과 비교하면 31.5%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3000건대를 기록하다가 이달 들어 주춤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독 길었던 추석 연휴가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업계는 이를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마포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명절이 껴 있더라도 통상 전화 문의는 꾸준히 있을 수 있는데 이달 들어 부동산을 찾는 손님이나 전화가 일절 없다”며 “금리가 높고 경기가 안 좋은 데다가 집값도 완전히 회복되진 않은 상태라 손님들이 집 살 타이밍이라고 판단을 안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상반기 전반적으로 오른 것은 맞지만 지역별로 추이가 다르다. 마포구는 저점에서 큰 변화가 없다. 2021년 16억원대에 거래된 공덕1삼성래미안(84㎡)은 올 초 11억5000만원으로 바닥을 찍었고 지난달에는 이보다 1억여원 오른 1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집값이 전고점에 근접하게 오른 지역은 ‘상투는 피한다’는 심리가 매수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송파구 트리지움(84.83㎡)은 전고점(2021년)이 24억5000만원으로, 이달 23억원에 거래돼 전고점 대비 94%까지 회복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집값이 고점을 회복한 지역이든 아니든 공통적 현장 얘기는 거래가 없다는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간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집값을 낮추지 않고 있어 매수자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둔화는 정부의 대출 규제 등 금융 조달 비용이 늘어난 게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먼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없이 최저 4%대 초반 고정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해주던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크게 축소된 것도 거래에 영향을 줬다. 9억원 미만 아파트가 집중된 노원, 강북 등에서 살아났던 거래가 보금자리론 규제와 함께 위축된 것이다.
올 하반기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9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 대비 0.16%포인트 오른 3.82%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으로 활용되는 코픽스가 오르면 차주의 이자가 곧바로 상승할 수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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