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팍팍해진 살림… 생명보험 해약환급금 27조 돌파

전민준 기자 2023. 10. 2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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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장기화 하며 생명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누적기준으로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해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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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으로 생명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하며 생명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누적기준으로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해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7389억원보다 62.8% 증가한 수치다.

효력상실환급금은 963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301억원) 대비 32% 증가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가 받았던 보험료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서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는 보험보단 예·적금 상품을 먼저 해지한다. 예·적금 해지는 이자 손해만 보면 되지만, 보험 해지는 원금이라 할 수 있는 보험료 손실까지 감수해야 해 최후의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해지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돈을 융통할 수단이 사라진 서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올해 6월 개인생명보험의 25회차 유지율은 63.1%로 지난해 12월(69.3%)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신용카드 대란이 터졌던 2004년(58.4%)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10년(57%)과 비교해 5~6%포인트 차이다. 25회차 유지율은 체결된 보험계약이 2년이 지났을 때도 유지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IMF 당시 보험 10개 중 약 4개가 2년 사이 해지됐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저성장 추세가 계속되고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 보험 해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고 가계 상황이 나쁘면 보험 해지율이 증가한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추세가 될 것 같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해지율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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