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신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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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근무지 근무지를 이탈해 무단 조기퇴근 한 것도 모자라 경마장에 간 직원 5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리고도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한 이상한 사례도 적발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토부가 이달 LH를 필두로 전관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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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17.6% 정도…"(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의 이 같은 답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이 3.7%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기조로 도공을 운영해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11.2% 인상된 것은 함 사장의 평소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그는 이날 국감에서 "(휴게소 음식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게 보인다"고 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지만 주요 공기업의 부실·방만 경영과 각종 비위 등은 예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이 부각되는 등 '신의 직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국토위 국감에서 여야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으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관 이권 카르텔로 촉발된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특히 야당보다 여당이 피감기관을 수세에 몰리게 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눈 가리고 아웅' 식 자체 조사는 의미가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전관 카르텔 등 총체적 부실에 대해 사장이 책임경영을 하라 쏘아붙였다.
이한준 LH 사장은 결국 "전관 문제는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설계와 시공, 감리 등에 대한 업체 선정 권한을 LH에서 분리하겠다"고 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근무지 근무지를 이탈해 무단 조기퇴근 한 것도 모자라 경마장에 간 직원 5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리고도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한 이상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정도면 공기업 특유의 '제 식구 감싸기'가 어느 수준에 달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토부가 이달 LH를 필두로 전관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다. 최근 원희룡 장관이 "도로, 철도 관료층을 비롯한 전관을 고리로 한 국토부의 이권 카르텔부터 단절시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수위가 상당하지 않고서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힘들다.
공공기관 전관 이권 카르텔 혁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에 준하는 신상필벌 원칙을 도입하고 구조조정 등 고강도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국감 역시 올해 복사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룡 공기업들의 노조 표심에 끌려다니면 개혁의 시간을 놓칠 수밖에 없고 이젠 더 끌 시간도 없다. 국토부의 혁신안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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