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戰 엎친 데 이·팔戰 덮치나"…건설업계 '전전긍긍'
'시멘트 재료' 유연탄 상승시 공사 원가 상승 압력 더 커져
"해외 수주 3건 중 2건이 중동인데"…진행중 프로젝트와 신규 수주 차질 우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팔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업계를 직격한 가운데 이번 전쟁 역시 업계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이 공사 원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당장은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3% 상승한 배럴당 88.22달러,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1.77% 오른 배럴당 91.4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격은 운송비 등 물류비에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안정세를 보였던 유연탄 가격도 다시 오름세다. 시멘트의 주요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오를 경우 시멘트 업계가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96.35달러로 한 달 전(15일 기준 88.25달러)보다 9.1% 올랐다.
시멘트 업계는 이·팔 전쟁에 앞서 일찌감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을 6%대로 인상했다는데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당초 12%대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어려운 건설 시장과 물가 안정 정책 등을 위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예상보다 낮은 폭으로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연탄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추가 인상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중인 현장에서는 공사비 인상분 반영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졌고, 원가 인상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로 신규 사업 착수는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등 업계의 타격이 상당했다"며 "이·팔 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아직까지는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와 그로 인한 인허가 및 착공 감소 등의 문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가 해외수주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거의 진출하지 않아 현재까지 피해가 없는 상황이지만 전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쿠웨이트, 카라트 등 주요 중동 지역으로 번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해외건설수주액 235억3100만 달러(우리돈 약 31조7597억원) 중 33.9%(79억8400만 달러)는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것이다. 중동 지역 수주 비율은 지난해 1~9월 해외건설수주 중 29.6%를 차지했는데 1년 만에 20.4%가 늘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항만 및 신도시 개발이 진행중인 이라크의 사업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제2의 중동 붐'을 목표로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들 중 하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나 신규 수주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쟁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가 없어 피해가 없는 상황이고 아직까지 영향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변국으로 전쟁 확산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을 감안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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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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