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정부와 엇박자 아니라지만…"가계부채 질서있는 조정 중요"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2023. 10. 2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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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완화·특례보금자리론·50년 주담대 가계대출↑
7월 금통위 의사록 "정부 정책,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 직격탄
엇박자·불협화음 비판에 선 그으면서도 가계부채 심각성 재차 강조
금통위원 6명 중 5명 "긴축 강도 강화해야" 의견
"통화정책 느슨해서 부동산 가격 오를 일 없을 것" 시장에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와 관련해 정부와 이견(異見)은 없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향후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가 끝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은행 창구지도가 통화정책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은이) 계속해서 정부와 상충된다든지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저희가 계속 (정부) 회의에 참여하면서 통화정책과 마이크로 조정을 다른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은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 "그렇다 보니까 좀 오버슈팅(overshooting·금융자산 등이 장기균형가에서 벗어남)하는 면도 있고, 그러면 그걸 조정해 가자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는 이견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올해 초 은행권의 대출 이자 조정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규제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모기지 도입, 은행권의 50년 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 승인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 방지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6월 6조9천억원, 7월 5조9천억 원, 8월 7조원, 9월 6조1천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재정·금융 당국의 정책실패로 독립기구인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효과도 반감됐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왔는데, 이창용 총재가 일단 정부와의 '엇박자 비판'에 선을 그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다수의 금통의원들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정책뿐만 아니라 준재정정책(공기업 적자·은행채 발행), 창구지도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한은 금통위가 지난 2021년 8월부터 물가안정과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렸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 완화(거시건전성 정책)와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오히려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렸다고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전 금통위 의사록을 의식한 듯 "(금융당국의) 창구지도에 대한 개별 위원의 의견은 (제가) 얘기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을 아꼈다.

한은 총재로서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 비판에 힘을 보태는 대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짚었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및 인플레이션 흐름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됐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 흐름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한다"며 6연속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주택 매매 가격은 가격 상승 기대와 매수 심리가 강화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전체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강화, 일시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지만 큰 폭의 주택관련 대출 증가세는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통화 긴축 기조 유지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주요국 통화긴축 장기화 전망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확대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 △글로벌 경기 및 인플레이션 관련 불확실성 등이 꼽혔지만, 국내 가계부채 문제도 금통위원 사이에서 심각하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봤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특히 5명 중에 1명은 이런 이유에 더해서 가계부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등의 통화정책이 수단이 되서는 안되고 보다 정밀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환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 건지를 타깃(목표로)해서는 안 된다"며 "가계부채 자체가 앞으로 장기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사회.경제에 주는 불평등도 많기 때문에 (정책 대응을) 고려해야 되겠지만 이것을 통화정책만으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많은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GDP 대비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은이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한 만큼, 경기 둔화 우려에도 긴축 기조를 유지해 저금리에 기댄 공격적 투자 환경을 아예 제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셈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경착륙 우려는 조금 줄었지만 부동산 PF나 가계부채를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이냐 하는 '질서있는 조정'이 중요한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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