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노을 - 이린아

한겨레 2023. 10. 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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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꽃지해변 노을. 박미향 기자

나는 노을을 좋아해
노을이 지면 내 그림자는 가장 길어져
한참을 엎드려 있었던 사람처럼

이때만큼 내가 가장 어두울 때도 없지
나의 가장 긴 그림자를 보지만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와 가까워

나는 그게 고마운 것 같아

많이 기다렸지
이제 와서 미안해

- 이린아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문학과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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