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코틀랜드, 전통주 자부심 높아…한국 돌아가면 ‘국민위스키’ 만들고 싶어”
‘위스키=어르신 술’ 이미지 탈피
‘혼술’ 늘며 젊은 세대까지 인기
업계 변화 바람…‘효모’ 주목
‘우리술’도 발전 방향 고민을
디스틸러란 위스키를 생산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글래스고의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에는 3년째 디스틸러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정성운씨가 주인공. 그에게 스카치위스키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일하게 됐나요?
▶한국에 있을 때 위스키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5년 전 주류기업 골든블루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돼 스코틀랜드의 헤리엇와트 대학교에서 양조증류 석사과정을 밟았어요. 다행히 좋은 성적을 받아 우수 졸업했어요. 그후 한국에 있는 맥주회사에서 1년 정도 일했고, 글래스고에 있는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와 연이 닿게 됐죠.
-이곳에서 디스틸러로서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요?
▶공정을 운영하는 생산직입니다. 분쇄·당화·발효·증류·숙성·병입·제품화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죠. 증류소는 보통 24시간 돌아가서 교대로 근무해요. 최근에 위스키업계에선 발효제인 효모가 주목받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효모를 발효제로 쓰는 맥주 생산과정을 경험했던 게 도움이 됐죠.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요?
▶스카치위스키의 본토라서 술 마시는 게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의외로 스코틀랜드는 음주에 엄격해요. 알코올 남용을 막으려고 주류 최저가격제를 시행하고, 오후 10시 이후 소매점에선 술을 팔 수 없어요. 위스키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어르신 술’ 이미지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문화가 퍼지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가 많아졌죠. 대체로 스코틀랜드 전통주라는 점에서 다들 자부심을 느껴요. 아직도 구식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하는 증류소도 많죠.
-우리 전통주가 배울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술은 역사가 끊긴 적이 있어 스카치위스키와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스카치위스키도 늘 잘나갔던 건 아니에요. 위스키를 과잉 생산해서 증류소가 몽땅 망한 적도 있었어요. 이런 부분은 반면교사 삼아야죠. 최근엔 증류소들이 변화와 혁신을 거치면서 마케팅 방식이나 공정 방식을 크게 개선하고 있어요. 우리술도 발전 방향을 여러면으로 고려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리 소주도 오크통에 장기 숙성해도 소주라고 인정해주거나 우리 보리로 위스키를 만들면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거죠. 지금은 국산 농산물로 위스키를 만들어도 우리술로 인정받지 못하니까요.
-앞으로 목표는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국민음료’ 격의 위스키를 만들고 싶어요.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고 마실 수 있는 위스키요.
글래스고(영국)=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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