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대신 수능”… 학교 떠난 경기도 고교생 7천명 [집중취재]
교육계 “대입제도 개편안 영향 커”... 교육부 “가시적 감소 효과 있을 것”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A군(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여일 앞둔 지난 4월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온전히 수능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군은 “1~2학년 때 내신을 망쳐서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아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며 “내신 스트레스도 없고 온전히 수능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수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B씨는 평소 결석이 많았던 딸 C양에게 자퇴를 권유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해 내신 성적 등이 대학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B씨는 C양이 자퇴한 이후 재입학과 검정고시 등 어떤 방식이 대입 진학에 유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떠난 학생이 1만6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 확대 등으로 인한 정시의 중요성 증가 등이 자퇴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공교육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0년 3천758명에서 2021년 5천569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7천40명까지 급증했다.
학년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고등학교 1학년 3천663명, 2학년 2천884명, 3학년 493명이 학교를 떠났다. 2021년에도 1학년 2천790명, 2학년 2천428명, 3학년 351명 등이 학업을 포기하는 등 1·2학년의 자퇴 비율이 높았다.
내신 성적이 저조할 경우 비교적 저학년 때 자퇴를 선택한 뒤 대입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등에 공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수는 2019년 4천521명에서 올해 7천690명까지 늘었다.
이처럼 자퇴하는 고등학생이 늘어나는 데는 현행 대입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은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 변화가 고등학생들의 자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고교생들의 자퇴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전에 발표됐던 고교학점제 방식은 고1과 고2·3의 내신 평가방식이 달라 고1 내신이 대입에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는 고1 내신 성적인 불만족스러울 경우 고2·3 수업 참여 동기 상실로 인한 학업중단 가속화로 변질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고 1·2·3의 내신을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해 저학년 때 내신 성적을 망쳤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여지를 감소시켰다”며 “이번 개편 시안이 고교생의 학업중단률 감소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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