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오랜 증류소, 도전하는 장인…위스키, 풍미 함께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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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카치위스키의 역사는 오래됐다.
◆가업 이어 신생 증류소까지=스카치위스키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산업을 발전시키는 후발 주자가 꾸준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를 경영하는 모리슨 가문은 집안 대대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대부분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는 보리를 싹 틔우고 건조한 맥아(몰트)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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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에 심혈 ‘클라이드사이드’
이력 추적되는 고품질 보리 사용
장기적 전략 프리미엄 제품 선봬
업계 최고 몸담은 ‘글렌알라키’
숙성의 핵심 오크통 1만5000개
최상의 맛 찾기 위한 실험 지속
한국 양조장도 고급 증류주 시도
항아리 이용한 숙성 연구 나서
영국 스카치위스키의 역사는 오래됐다. 역사가 깊은 증류소는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 운영할 정도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몰트 위스키의 시장규모는 43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중 스카치위스키의 규모는 5분의 2를 차지한다. 올해 기준 스코틀랜드에 있는 증류소는 모두 143개다. 이들 증류소가 이런 성과를 낸 배경은 뭘까.
◆가업 이어 신생 증류소까지=스카치위스키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산업을 발전시키는 후발 주자가 꾸준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세워진 증류소는 무려 40곳이 넘는다. 그중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는 소규모 신생 증류소로 스코틀랜드의 경제 수도인 글래스고에서 2017년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를 경영하는 모리슨 가문은 집안 대대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앤드루 모리슨 대표는 아버지를 따라 좋은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먼저 눈여겨본 것은 고품질 원재료다. 대부분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는 보리를 싹 틔우고 건조한 맥아(몰트)를 사용한다.
모리슨 대표는 “품질 좋은 스코틀랜드산 보리만 고집하고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했는지 이력이 추적되는 것만 사용한다”며 “농가 4곳과 자주 소통해 원재료가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렇게 원재료에 신경 쓰는 이유는 최근 15년 사이 싱글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만드는 위스키)가 크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섞는 ‘발렌타인’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인기였다. 전문가에 따르면 싱글몰트 위스키가 다양한 몰트의 위스키를 사용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원재료의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클라이드사이드 증류소는 요즘 신생 증류소가 다품목 위스키를 소량 생산하는 것과 달리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굵직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다. 위스키 산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모리슨 대표의 철학이다.
◆오크통이 빚는 위스키의 색과 맛=스카치위스키의 매력은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위스키의 황금색은 오크통 숙성을 거쳐 나온 것이다. 와인·럼 등을 담았던 오크통에 위스키를 넣으면 그 주류의 향이 입혀진다. 따라서 같은 증류소 위스키라도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게 된다.
반세기 동안 위스키 산업에 몸담은 마스터 디스틸러(생산 총책임자)인 빌리 워커씨는 스카치위스키의 ‘미다스 손’이다. 그는 인지도가 낮은 증류소를 인수해 세계적인 증류소로 성공시키는 걸로 유명하다. ‘벤리악’ ‘글렌드로낙’ 등에 이어 2017년 ‘글렌알라키’를 인수해 짧은 시간에 키웠다. 글렌알라키를 인수하면서 오크통 1만5000개도 함께 들여왔다.
글렌알라키의 가이드 수 브로디씨는 “빌리 워커는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다양한 오크통으로 실험하면서 최상의 맛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가령 셰리 와인을 넣었던 오크통은 다크초콜릿·헤이즐넛·건과일 등의 향이 난다. 버번을 넣었던 오크통에서는 바닐라·청사과·크림향을 맡을 수 있다. 한 오크통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오크통을 써서 풍미를 폭발시킨다. 워커 마스터 디스틸러는 아직도 일주일에 1∼2번씩 증류소를 찾아 실험을 이어간다. 브로디씨는 “장인들이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덕분에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프리미엄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 오크통을 수입해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색을 입히려고 오크통이 아닌 항아리 숙성에 관한 연구도 이어가는 추세다.
글래스고·스페이사이드(영국)=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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