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男도 그랬다…처방전 내밀고 "합법" 뻔뻔한 마약사범
병원 처방전을 악용하는 마약 사범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마약 투약이 의심될 때 병원 처방전을 들이밀며 합법적으로 투약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충분히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도 강제적인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구속된 국내 마약류 사범 중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구속 피의자는 11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9% 급증했다. 의료용으로 사용이 금지된 LSD, 엑스터시 등의 환각제와 암페타민류(필로폰 등)의 각성제, 그리고 제한적으로 의료용으로 허용되는 케타민이 포함된 마취제 등이 향정신성의약품에 포함된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피의자가 처방전을 보여주면 처방전 때문에 검출된 것인지 또는 불법으로 투약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마약 전과가 있는 피의자가 아닌 처음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경우 더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엑스터시 등의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되면 경찰도 신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마약이 발견되거나 투약 행위가 발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즉각 강제수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강제 수사에 나설 순 없다"며 "피의자를 간이 시약 검사 결과로만 입건해서 수사한다는 것은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처방전이 있는 경우 여러 보강 증거와 진술이 필요하다"며 "피의자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제출받아 국과수에 의뢰해 정밀 검사를 실시한 뒤 처방전을 토대로 병원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한 것 같다는 의심 신고만 받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을 순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국과수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2~4주가 소요된다. 이 기간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석방하면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가 풀려날 때도 처방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피의자 신모씨(28)는 지난 8월2일 서울 강남구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 상태에 빠뜨렸다. 신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강남경찰서는 체포 17시간 만에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신씨를 풀어줬다. 신씨가 경찰 조사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케타민을 투약했다"고 진술했고 신씨가 병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찰에 제출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신씨가 마약류를 처방받은 강남 논현동 소재의 병원도 약물 오남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병원은 최근 5년간 환자들에게 마약류를 1만개 이상 처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10여명의 의사들이 환자에게 '마약 장사'를 하다가 적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마약류 및 행정 등의 사유로 행정 처분을 받은 의사는 총 6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19명, 자격 정지 처분받은 의사는 49명이다.
전문가들은 진화된 마약 범죄 수법을 막기 위해 처방전의 남발과 악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의사들의) 면허 정지 기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얻는 이익과 위법적인 행태를 했을 때 내가 잃을 수 있는 손해를 비교해 형량해야 하는데 현재는 의료인의 자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행위의 경중에 따라서는 면허 취소와도 엄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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