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 개혁 미룬 한국, 절반쯤 익은 냄비 속 개구리” 무서운 경고
10년 전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해 경종을 울렸던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한국 대표가 “그 개구리가 이미 반쯤 익었다”고 경고했다. 구조 개혁을 게을리한 탓에 만성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중국 특수에 취해 구조 개혁을 미뤄 10년을 허송세월했다”고 했던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진단이다.
맥킨지는 2013년 ‘2차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위험을 맞고 있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맥킨지는 냄비에서 탈출하려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과도한 주택구입비·교육비 해결, 의료·관광 등 서비스업 육성, 일자리 나누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정치 환경 조성 등을 주문했다. 당시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100여 쪽의 영문본, 12쪽 한글본 보고서를 앞다퉈 돌려보고 세미나를 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값과 사교육비 문제는 더 악화돼 국민 삶을 옥죄고 있고, 최고의 인재가 모인 의료계는 영리 병원 반대 논리에 가로막혀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 귀족 노조의 철밥통 사수 탓에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더 커졌다. 정치권에선 진영 논리가 더 강화되며 사회적 대타협은 꿈도 못 꿀 지경이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세계 최악의 저출생, 빚에 짓눌린 가계, 노동시장 이중 구조, 산업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만성적 저성장 늪에 빠졌다.
외국 컨설팅 기업이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제3자의 시각이 더 냉철할 수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직전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부즈·앨런&해밀턴이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지적하며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마치 넛크래커(Nutcracker) 속에 끼인 호두 같다.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고 비판한 이 보고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외환 위기를 맞았다. 냄비 속 물은 서서히 뜨거워지다 갑자기 끓어오른다. ‘반쯤 익은 개구리’ 한국 경제의 위기도 갑자기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절박감을 갖고 각 분야 모두 개혁하고 혁신해야만 위기를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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