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죄 혐의자가 다수당 대표면 검사 탄핵해 손발 묶는다는 나라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새로 맡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위장 전입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 검사가 딸의 학교 입학을 위해 위장 전입을 했고, 처남 운영 골프장 예약을 했으며, 다른 사람들 범죄 경력 조회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위장 전입 사실만 인정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정도 내용들은 국회 인사 청문회가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 문제를 유독 이 검사에게만 제기하는 것은 그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검사를 위협해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검사에 대한 탄핵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으니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이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후임 검사를 임명하더라도 또 이렇게 발을 묶을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는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다 임명했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현직에 있다. 이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하다가 이 검사에 대해 탄핵까지 언급하는 이유가 뭔지는 알기 어렵지 않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날, 검찰 압박의 일환으로 느닷없이 9년 전 사건과 관련해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킨 적도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이후 민주당은 “협박·조작 수사”라며 검찰청사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수사 검사 실명을 조직도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이 이화영씨 아내·측근과 접촉했고, 그 후 이화영씨는 이 대표 관련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다 이정섭 검사가 새로 수사를 총괄하게 되자 고발하고 탄핵하겠다고 한다. 범죄 혐의자 측이 수사 검사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공격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이 대표 방탄을 위해선 더한 일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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