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싸고 질 좋은?… ‘미션 임파서블’이 부실공사 원인이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2023. 10. 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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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이제 압도적 권력
부정부패 의심 피하려 최저가 낙찰 하다보니 저가발주·수주, 부실 악순환
설계·시공·감리 칸막이·건축사·기술사 제한 등
규제·처벌 대폭 줄이고 제값주고 제값받는 건설로
지난 8월 28일 오후 충남 공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주월송 A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LH는 전날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345개 중 154개(45%)에서 전단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2010년 완공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했다. 우리 건설회사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국내에서는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재벌급 일류회사의 사업장에서조차 원시적인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처벌 강화, 국토부·LH(토지주택공사) 퇴직 후 유관 기관 취업제한 강화, 감리감독청의 설치 같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책이나 만지작거리고 있다.

근본 문제는 저가 발주, 저가 수주에 있다. LH는 “싸고 질 좋은” 서민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낙찰 금액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서 삼성, 현대, GS 등 일류 건설사는 원칙적으로 LH의 일감은 맡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하려면 과거의 수주 실적이 중요하게 되어 있는 입찰제도도 저가 수주를 부추긴다. 선진국처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인력의 트랙 레코드와 역량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져야 하고 수익성지표도 자격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LH는 원래 설계, 시공, 감리를 다 직접 했지만 지금은 압도적으로 큰 발주자로 변했다. 설계, 시공, 감리를 다 외주 주고 있는데 민간기업보다 더 능률적이라는 증거가 없다. LH는 아파트 건축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일감을 나누어주는 발주자인 동시에 막대한 신규 택지를 공급하는 절대적 강자가 되었다. 건축건설에서 절대권력이 된 LH가 부패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전관 채용이 만연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LH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정도의 강한 존립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LH도 민영화해야 한다. 농지, 임야의 전용을 쉽게 해서 민간 건설회사들이 더 쉽게 토지를 확보할 수 있게 하면 LH(구 토지공사 부분)에만 특권을 주는 방식보다 나을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LH는 토지공급 규제에 기생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조직이 있는가? 민자 유치로 고속도로, 교량, 터널을 다 지을 수 있는 시대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로공사가 없어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관 예우, 부정부패의 의심을 피하려면 최저가 낙찰이 안전하다. 저가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저가 하도급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토목, 구조, 기계, 전기, 통신 등에서 하도급에 하도급이 이어지게 되면 전관의 개입 기회는 더 늘어난다. 외주, 하도급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일감을 따오거나 일감의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보다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나라에서 이런 지대추구자들의 몫을 줄이려면 하청, 재하청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핵심 공정의 직접 시공을 법제화하기도 한다.

건축물이 날로 고층화, 지하화하는 시대에 건축사가 대표로 있는 건축사사무소만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제는 시대착오다. 건축사는 어디에 소속이 되어 있든 건축물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규모 건설회사가 건축사(architect)는 물론 토목, 기반, 구조, 기계, 전기 등 각 분야의 기술사(engineer)를 거느리고 직접 설계와 시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설계, 시공, 감리를 역량 있는 한 회사에 맡기든 분리해서 맡기든 발주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권한의 분리는 견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책임의 분산을 초래한다. 시공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설계에도 참여하고 설계한 사람이 시공에도 관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책임 전가, 회피가 불가능하게 하는 이점도 있다. 분리도 견제도 벡텔 같은 세계적인 건설사가 생길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말이다. 미국에 없는 규제는 일단 다 없애고 보자.

장기간 시간이 걸리는 인력 양성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역량 있는 기술사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니 기술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 건축공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사 시험을 봐도 합격률도 낮고 보수도 보잘것없으니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토목, 건축 분야의 공부도 응시도 점점 안 한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우리 건설업은 인재의 부족으로 제풀에 주저앉을 판이다. 현장 노동자도 값싼 외국인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력 대책이 시급하다.

건축과 엔지니어링 회사 간의 칸막이는 물론 설계, 시공, 감리 간의 칸막이 규제를 줄이고 저가 발주, 수주를 막는 구조적, 제도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 좋은 발주자도 필요하고 저가 수주는 안 하겠다는 결기 있는 건설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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