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방목으로 ‘건강한 낙농’

혼마 히로아키 마이니치신문 기자 2023. 10.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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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한일 국제환경상] 일본 수상자 -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

제29회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2016년부터 7년간 아이들 손으로 몽골 사막화 지역에 나무 5000여 그루를 심은 ‘산자연중학교’와 닭장식 축사를 거부하고 건강한 낙농법을 개발해 온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가 선정됐다. 지난달 22일 한국 측 본선 심사에는 김명자 위원장 등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홋카이도 동부 곤센(根釧) 지역의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는 환경에 과한 부담을 주지 않고 풍토에 맞춘 순환형 낙농을 실천해 주목받고 있다. 농가 전망이 밝지 않아 이농하는 낙농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환경 보전에도 공헌하는 이 교류회의 균형 잡히고 견실한 경영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0일 일본 홋카이도 나카시베쓰초에서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 회원들이 방목 중인 젖소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회원들은 초지 1ha당 한 마리의 젖소만 키우고 있다. /미토모 모리유키씨 제공

매월 셋째 수요일 밤에 열리는 교류회에선 “소를 줄였다”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터진다. ‘마이페이스 낙농’이라는 낙농 방법을 만든 미토모 모리유키(三友盛行·78)씨는 “잘 결단했다”며 웃는 얼굴로 칭찬한다. 낙농가 입장에서 젖소 두수를 줄이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마이페이스 낙농 교류회는 약 30년 전 발족했다. 자신의 ‘키’에 맞는 낙농의 실천이라는 의미로 ‘마이페이스 낙농’이란 이름을 붙였다. 교류회는 부부 동반으로 참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만의 모임에선 잘 나오지 않는 살림이나 영농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수의사·대학교수 등도 참여한 가운데 매회 20~30명이 모여 한사람씩 근황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약 4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소에게 목초만 먹이면 연간 착유량은 한 마리당 약 3500㎏ 정도다. 그런데 곡물 사료를 대량으로 먹이면 유량은 3배가량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와 농협은 곡물 사료를 이용한 대규모 낙농을 권장해 왔다. 2018년 환태평양파트너십협정(TPP) 발효 후에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는 기치 아래 더 속도를 냈다. 하지만 대규모화는 고비용을 불러왔고, 환경에도 좋지 않았다.

가축의 사육 두수가 많아질수록 분뇨가 대량으로 강에 흘러들어 오염이나 부영양화를 일으킨다. 정부는 ‘가축배설물법’으로 야적이나 투기를 금지하고 분뇨시설 정비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사육 두수 급증에 따른 관련 대책은 늦어지고 있다. 네무로해협(根室海峡)에 접한 후렌호(風蓮湖)에서는 연 100t 이상 잡히던 바지락 어획량이 급감했는데 가축 폐수와의 인과 관계를 의심받고 있다.

마이페이스 낙농은 방목 중심이다. 곡물 사료는 ‘간식’ 정도다. ‘1㏊당 젖소 한 마리’라는 기준으로 초지 면적에 따라 사육하기 때문에 젖소 두수는 자연적으로 제한된다.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목초지에 뿌리면 토양으로 돌아가고, 하천 오염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 발효가 진행된 퇴비는 미생물과 지렁이, 곤충도 많이 서식할 수 있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토양을 만든다. 탄소도 흙 속에 축적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풍토에 맞춘 적정 규모의 낙농은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 경영과도 연결된다. 이런 방식을 실천하는 낙농가는 전국에서 10%에 못 미친다고 하지만 홋카이도 주변은 물론 한국 순천시까지 확산하고 있다.

“자연과 풍토 순환방식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시”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 미토모 창설자

‘마이페이스낙농교류회’가 영예로운 국제환경상을 받게 된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가 경제 성장에 따라 많은 낙농가가 규모를 확대해 근대화로 나아갔고 “마이페이스낙농은 시대에 뒤떨어진 부실 낙농”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농협 주도의 낙농이 아닌 낙농가 스스로의 영농으로 생존 방식을 만들어왔던 활동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교류회를 만들었습니다.

1991년 시작된 월례 ‘마이페이스낙농교류회’는 자유로운 참가 속에 늦은 시간까지 진행될 정도로 열기 넘치는 교류회가 됐습니다. 부부 동반 참여를 기본으로 해 운영되다 보니 영농이나 생활에 관한 여성들의 현실적인 의견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는 사람이 못 먹는 풀을 먹고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며 퇴비가 되는 분뇨를 만듭니다. 그것이 낙농의 시작이자 기본입니다. 우리는 자연과 풍토가 선사한 이런 순환 방식을 지키는 것을 제일 중요시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마이페이스낙농’이 이제야 평가받는 것은 실은 불행한 시대의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마이페이스낙농교류회’ 활동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입니다.

한국측 심사위원

김명자 심사위원장

▲김명자(金明子·사진) 심사위원장 카이스트 이사장,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전 환경부 장관

▲문길주(文吉周)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재천(崔在天) 이화여대 석좌 교수, 전 국립생태원 원장

▲황진택(黃鎭澤) 제주대학교 교수,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이병욱(李炳旭) 전 세종대학교 교수, 전 환경부 차관

▲홍준호(洪準浩) 조선일보 발행인

일본측 심사위원

마에다 히로토모 심사위원장

▲마에다 히로토모(前田浩智·사진) 심사위원장, 마이니치신문 주필

▲이마이 미치코(今井通子) 전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의사, 등산가

▲오쿠보 나오다케(大久保尙武) 일본경단련자연보호협의회 특별고문

▲가토 사부로(加藤三郞) 환경문명21 고문

▲구라바야시 마사토(倉林眞砂斗) 조사이 국제대학 부학장

▲하라 쓰요시(原剛)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마이니치신문 객원 편집위원

/혼마 히로아키(本間浩昭) 마이니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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