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모은 어촌 옛이야기…그 속을 관통하는 효·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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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작가 김상곤이 엮고 소나기크리에이티브 출판사가 펴낸 '어촌설화 대백과'는 소중한 결실로 다가온다.
전남·부산·경남·제주·인천·경기·충남·전북·울산·강원·경북, 다시 말해 한국의 남해·서해·동해 바닷가 마을 어촌 설화를 찾아내고 모으고 다시 써서 책으로 엮은 놀라운 정성이 돋보인다.
'어촌설화 대백과'가 귀한 성과인 이유는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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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바닷가 설화 엮은 모음집
- 어민 공동체 세계관 등 담아내
해양 작가 김상곤이 엮고 소나기크리에이티브 출판사가 펴낸 ‘어촌설화 대백과’는 소중한 결실로 다가온다. 전남·부산·경남·제주·인천·경기·충남·전북·울산·강원·경북, 다시 말해 한국의 남해·서해·동해 바닷가 마을 어촌 설화를 찾아내고 모으고 다시 써서 책으로 엮은 놀라운 정성이 돋보인다. 엮은이 김상곤 작가가 이 책 ‘맺음말’에서 밝힌 ‘제작 분투기’를 먼저 들어보자.
“처음에는 그저 어촌을 찾아가 늙은 어부들이나 만나 소주나 한잔하면서 그곳의 전설을 물어보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다.” 어촌 상당수가 매립됐거나 도시화돼 어부를 만나기 어려웠고, 지명과 설화는 사라지고 잊혔으며, 도서관으로 가보았으나 어촌 설화는 극히 빈약했다고 한다. 행정기관이 펴낸 향토지의 도움도 받았지만 관청의 협력이 줄곧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배를 기다리며 하루해를 보내기도 했고, 별도로 돈을 들여 배를 빌린 뒤 섬으로 들어갔다가 폭풍 탓에 며칠씩 갇히기도 했다.
‘어촌설화 대백과’가 귀한 성과인 이유는 또 있다. 어촌 설화 속에서 한반도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심성과 삶의 환경을 오롯하게 느꼈다.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어민 공동체 특유의 세계관도 풍성하게 만났는데 특히 조선 시대에 형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한민족의 삶과 생각을 어촌 설화 영역에서 많이 느꼈다.
책에 실린 어촌 설화는 제목만 봐도 정겹고 흥미를 끌었다. 여수 거문도 고두리 영감재, 진도 뽕할머니, 진도 팽목항 탈상바위, 해운대 청사포 망부송, 진해 웅동 용당, 통영 해평 열녀비, 사천 소풀섬의 전설, 고성 하일면 형제바위, 마라도 애기업개 바위, 태안 안면도 뱀사당, 부안 위도 피동지 구멍, 울산 고래논, 강릉 주문진 해당화 서낭당, 영덕 병곡면 거무역리, 울릉도 성하신당…. 집필진은 이들 설화를 채록한 현재의 주소를 명기했고, 지금 그곳 상황이 어떤지도 간략히 전해 현장성을 높였다.
한반도 어촌 설화를 관통하는 몇 가지 특징을 어렵지 않게 추출할 수 있었다. 바다는 삶과 죽음, 가난과 희망이 오가는 험한 자연환경이다. 여기서 오랜 세월 살아온 어민은 특유의 자연관·인생관·세계관을 설화에 반영했다. 예컨대 효도의 가치와 가족 사랑을 중시했다. 착한 마음을 길러 정성을 다하면 자연과 신령은 도와준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거친 바다 탓에 슬픔과 곤경에 처해 비극을 맞이하거나, 그 역경에 맞서 행복을 찾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는 그 자체로 한민족 또는 인류의 심성을 반영한다.
책의 일부에서 교열이 가지런하지 못한 점이 눈에 띄긴 했으나, 색인도 달고 무엇보다 설화를 다채롭고 풍부하게 담은 정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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