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5] 거짓 번영의 노랫소리
이번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중국 항저우(杭州)는 퍽 유명한 도시다. 이곳에는 이름이 별난 음식점들이 사람들 이목을 끈다. 산 바깥의 또 하나 산이란 뜻의 ‘산외산(山外山)’, 누각 너머의 누각이란 의미의 ‘루외루(樓外樓)’ 등이다.
뭔가 거듭 이어져 있는 모습의 표현이다. 그러나 웬만한 수준을 능가하는 더 상층의 존재를 부각하는 속뜻도 지녔다. 그래서 ‘하늘 바깥의 하늘(天外天)’ 또는 ‘사람 위의 사람(人外人)’이라는 조어까지도 등장한다.
본래는 여진(女眞)의 금(金)에 밀려 장강(長江) 이남의 항저우로 도읍을 옮긴 남송(南宋)의 거짓 평화를 비판한 시에서 나온 말이다. 원문은 “산 밖 청산에 거듭 이어진 누각들, 서호의 노랫소리는 언제 멈출까(山外靑山樓外樓, 西湖歌舞幾時休)”이다.
항저우의 명소는 예나 지금이나 서호(西湖)라는 유명 호수다. 남송 시인 임승(林升)은 그곳의 산이 이어진 경치와 큰 집이 즐비한 풍경을 묘사했다. 이어 시인은 서호 인근의 안일과 환락이 언제 멈출까를 묻는다.
국토와 함께 옛 도성을 빼앗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남송의 황제와 대신 및 관료들, 더 나아가 백성들은 그 설움을 벌써 잊은 모양이었다. 서호 주변 요릿집과 누각에서는 거짓 번영의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성세(盛世)를 가장하고 있으나 정작 국가와 사회는 쇠망 기운을 품고 있는 경우에 읊어볼 만한 시다. 실제 남송은 시인이 활동하던 시절부터 약 100년 뒤에 몽골의 원(元)에 패망하면서 역사 무대에서 사라진다.
호기롭게 개최한 아시안게임에서 풍성한 금메달 잔치를 벌였지만 중국의 속사정은 어둡다. 기우는 경제,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견제로 위기 요소가 부쩍 늘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곰곰이 씹어볼 옛 시인의 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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