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현대사 ‘격변의 레시피’가 바꾼 세계 식탁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10.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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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은 한국 음식이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8년 산동 화인 왕송산(왕쑹산)은 서울에서 '영화장유'라는 공장을 개업하고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캐러멜(백설탕을 가열해 갈색빛을 띠고 끈기가 있게 한 것)을 넣어 달게 만든 '사자표 춘장'을 제조, 판매했다. 이것은 짜장면이 폭넓은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사자표 춘장을 시작으로 한국의 많은 중국음식점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짜장면이 계속 발전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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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 지음 /최연희 정이찬 옮김 /따비 /4만8000원

- 베트남 반미, 태국 팟타이부터
- 한국인의 국민음식 짜장면까지
- 화인사회 정치·경제 궤적 따라
- 중국요리 세계화·현지화 추적

짜장면은 한국 음식이다. 그 연원은 중국이라도 ,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다. ‘짜장면’과 ‘자장면’을 두고 표준어 논쟁까지 일어났고, 2011년 국립국어원이 둘 다 인정하면서 오랜 논란의 마침표를 찍었던 역사도 있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이 책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중국요리가 끼친 영향,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중국요리와 화인(華人) 사회가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와 얽힌 궤적을 좇아간다.

인천 차이나타운 중심지의 2020년 모습. 정면에 유명 요리점인 공화춘이 보인다. 따비 제공


그 과정에서 “중국요리는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 “중국요리는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라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저자 이와마 가즈히로는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 교수이다. 동아시아 근현대사, 식문화 교류사, 중국 도시사가 주요 연구 분야다. ‘중국요리와 근현대 일본-식(食)과 기호의 문화 교류사’ 등의 저서를 냈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통해 전 세계에서 현지화한 중국 요리가 중국 본토 요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안내한다.

목차를 보면 중국요리가 얼마나 널리 퍼져나갔는지 알 수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뇨냐 요리와 하이난 치킨라이스, 포피아, 박쿳테. 베트남의 반미와 퍼. 태국의 팟타이. 한국의 짜장과 짬뽕, 잡채와 호떡. 미국의 촙수이와 차우멘, 포춘쿠키. 호주의 커리락사. 페루의 로모 살타도와 치파. 일본의 라멘, 싯포쿠 요리와 후차 요리, 교자….

음식은 다양한 경로와 역사를 통해 다른 나라, 다른 민족과 교류하기 마련이지만 중국요리는 부지런하게도 전 세계를 누빈 모양이다. 저자는 중국요리의 현지화 과정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화인 사회가 각국의 다양한 계층, 집단과 극단적으로 충돌하기도 하면서 부침을 거듭해 온 근현대사의 면면을 살펴본다. 다양한 인종과 사회, 음식과 문화가 섞여 들어가고 있는 전 세계 곳곳의 ‘인종의 용광로’도 돌아보게 해준다.

공화춘의 짜장면(2020년). 인천 산동회관 식당이 1912년 ‘공화춘’으로 상호를 바꿨다. 따비 제공


짜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짜장면은 인천항 노동자들의 음식에서 기원하며 1907~1908년 경 인천 산동회관 식당의 메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식당은 신해혁명으로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중화민국이 탄생한 1912년 ‘공화국의 봄이 왔다’는 의미의 ‘공화춘’으로 상호를 바꾸었다.” 인천 차이나타운 공화춘은 100년 짜장면의 맛이 궁금한 사람들의 발길이 여전히 이어진다.

저자는 짜장면이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계기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8년 산동 화인 왕송산(왕쑹산)은 서울에서 ‘영화장유’라는 공장을 개업하고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캐러멜(백설탕을 가열해 갈색빛을 띠고 끈기가 있게 한 것)을 넣어 달게 만든 ‘사자표 춘장’을 제조, 판매했다. 이것은 짜장면이 폭넓은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사자표 춘장을 시작으로 한국의 많은 중국음식점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짜장면이 계속 발전했을 터. 짜장면은 우리의 국민음식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요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가 이 책이 화인 사회가 세계 곳곳에서 녹아들고 충돌하며 자리 잡아간 흔적으로 다시 그려낸 근현대사라는 건 잊지 말기를. 저자는 중국요리와 역사를 결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요리 자체의 레시피나 그 맛보다는 요리가 받아들여진 사회적 배경, 요리가 이용된 정치 정세를 공들여 고찰한다. 비유하자면, 이 책에서 중국요리는 세계사를 꿰뚫어 살펴보기 위한 렌즈이고 세계사를 그려내기 위한 단면이며 세계사를 봉제하기 위한 솔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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