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뺏긴 中企·스타트업, 구제 요건 너무 까다롭네

안상현 기자 2023. 10.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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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잦은 논란 왜?
그래픽=양진경

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카카오 홍은택 대표가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의혹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석을 요구받은 것이다. 최 대표의 증인 채택 계기는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였다. 온라인 상거래 스타트업 ‘뉴려’의 김려흔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 쇼핑 서비스 ‘원쁠딜’이 자사의 ‘원플원’을 베꼈다고 주장하며 회사가 고사 직전이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2021년 ‘1+1 상품’만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원플원)을 출시했는데, 3개월 뒤 네이버가 비슷한 서비스(원쁠딜)를 내놓으며 입점 업체와 고객을 모두 뺏겼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의 호소 이후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기업 간 아이디어·상품 및 기술 탈취를 직접 조사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은 이미 네이버의 잘못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 기술침해조사팀은 변호사까지 대동해 국감이 시작되기 전 뉴려 측을 찾아 네이버의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그래픽=양진경

◇”네이버, 기술 침해라 보기 어려워”

중기부 조사팀이 네이버 서비스가 뉴려의 서비스를 베꼈다고 보지 않은 이유는 ‘1+1′이라는 사업 아이템 때문이다. 중기부는 기술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크게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비밀 관리성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특히 베꼈다고 주장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세간에 알려지거나 공개되지 않은 ‘비공지성’을 우선 갖춰야 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1+1 사업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있는 공개적인 개념이고, 이 개념을 안다면 얼마든지 비슷한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특허청 부정경쟁조사팀 역시 아이디어 탈취를 주장하려면 “아이디어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거래 교섭 또는 거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원쁠딜’ 서비스 내놓기 전까지 “뉴려 측과 어떤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당국의 이런 판단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선 중기부나 특허청이 내세우는 기술 침해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중기부가 요구하는 ‘비밀 관리성’은 대기업에 자료를 넘길 때 해당 자료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으니 목적 외 사용 금지’ 등의 조항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아는 스타트업이 적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손잡자고 하는데 빡빡하게 구는 스타트업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카카오헬스케어와 닥터다이어리 등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과 달리 중기부와 특허청에 접수된 기술 침해, 아이디어 탈취, 상품 형태 모방 같은 부정경쟁 행정조사 접수 건수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 기술 침해 접수 건수는 2021년 17건을 정점으로 지난해 13건, 올해는 9월까지 12건이었고 시정권고로 이어진 사례는 모든 기간을 통틀어 올해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중소기업 간 문제였다. 특허청의 아이디어 탈취 접수 건수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1년 25건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22건으로 줄었고 올해도 9월 기준 18건에 머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아이템을 빼앗겨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정권고를 얻어낸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며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다음 주 조사

반면 화물 운송 중개 스타트업 ‘화물맨’이 제기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 탈취 의혹처럼 스타트업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경우도 있다. 이달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카카오 T 트럭커’ 출시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인수 타당성 검토를 위해 화물맨 실사를 진행했고, 일부 자료도 넘겨받았다. 하지만 인수가 무산된 2년 뒤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아이디어와 기술 탈취 논란을 샀다. 아이디어 탈취 요건인 거래 교섭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기부는 다음 주 화물맨을 만나 기술 침해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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