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은 탈석유 아닌 에너지 다원화”
“수소차나 전기차가 훨씬 늘어날 겁니다. 아마 주유소는 절반이 없어지겠죠. 에너지 대전환이 대세라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석유 수요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석유 개발 투자에 소홀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에너지 시장이 어떻게 변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김 사장은 울산과기원 교수, 메이저 석유 회사 셸,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을 거쳐 2021년 석유공사 사장이 된 에너지 전문가다. 그는 “신재생 분야에 열중하던 글로벌 메이저사도 석유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그들이 신재생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 쿼터’를 채워 석유를 더 생산하려는 것이어서 앞으로 석유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 정책을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수십 년 이상 흔들리지 않는 장기 플랜이 중요하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은 탈석유 아닌 다원화… 석유 수요 지속할 것”
석유공사는 1970~80년대 경제 개발 과정에 안정적인 석유 조달과 비축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1979년 석유개발공사로 탄생했다. 지난 40여 년간 석유 시대에 국내 에너지 공급을 책임져 왔지만, 최근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으로 변화의 요구에 직면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 전환의 의미를 ‘탈(脫)석유’가 아닌 ‘에너지 다원화’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고체인 석탄에서, 액체인 석유, 기체인 가스로 변화했다면 앞으로는 특정 에너지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석유·석탄·원자력·풍력·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를 잘 조합해야 한다”고 했다. 또 “특정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다원화 시대에는 나라별로 환경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수자원이 풍부한 노르웨이가 수력발전에 주력하듯이 화석연료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원전 등 가장 적합한 에너지 수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석유’시대에도 석유 투자 유지하면서 CCS 사업도”
김 사장은 “에너지 정책은 거대한 항공모함”이라며 “쾌속선처럼 급커브할 수 없고, 장기 계획을 갖고 굉장히 큰 반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탄이 1700년대에 시작했고, 그 100년 뒤 석유가 나타났는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서야 석유가 석탄을 앞질렀다”며 “석유도 사용량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여전히 석유공사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석유공사는 CCS(탄소 포집·저장), 수소, 암모니아 등 신사업도 추진한다. 김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CCS 프로젝트를 3개 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줄이는 온실가스가 내연 기관차 200만대를 전기차로 바꿔서 얻는 효과와 같다고 한다”며 “석유공사도 석유 개발과 투자는 물론 탈탄소 시대를 대비해 다양한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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