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쉬프는 어떻게 음악 거장이 됐나 外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10.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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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프는 어떻게 음악 거장이 됐나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 안드라스 쉬프 지음 /김윤미 윤종욱 옮김 /산지니 /2만9800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드라스 쉬프의 책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2017년 독일어로 나온 이 책은 음악 저널리스트 마르틴 마이어와 쉬프의 대화, 쉬프의 에세이로 구성됐다. ‘마르틴 마이어와 나눈 대화들’에서는 소련·동구권이 건재하던 시절 헝가리에서 20대 중후반까지 보낸 쉬프의 이야기를 듣는다. 망명 이후 가난한 음악가에서 세계적 거장이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에세이에서는 쉬프의 연주만큼이나 명료하고 단단한, 때로는 위트 있는 사유를 느낄 수 있다.

# 튀르키예의 숨겨진 역사 재조명

세레나데- 쥴피 리바넬리 장편소설 /오진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만2000원


튀르키예의 행동하는 양심, 쥴피 리바넬리의 대표작.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반전 평화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는 장편소설이다. 2차 대전 당시 튀르키예 정부는 중립을 선언하고도 내심 독일의 승리를 기대했고, 크림반도의 튀르키예계 민병대 ‘푸른 연대’가 독일 편에서 러시아와 싸우도록 비밀리에 지원했다. 그러나 독일 패전 후 ‘푸른 연대’를 러시아에 넘겼고, 이들은 국경을 넘자마자 전원 처형당한 역사적 진실이 이 소설을 통해 재조명됐다.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밝히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 눈물 없이 못 보는 소록도 역사

나룻배 노을과 소록도 사람들- 한상식 글 /이동진 그림 /가문비 탄탄북스 /1만2500원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상식 작가의 청소년 소설. 소록도 사람들의 눈물과 애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할아버지는 나룻배에 ‘노을’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 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물에 빠진 한센인들을 노을에 태워 소록도에 데려다주는데, 그 일로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센인을 돕기 위해 소록도에 오가던 할아버지는 어느 해 한센병에 걸리고 만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록도 사람들과 봉사자들 이야기로 소록도의 역사를 들려준다.

# 요령 있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1만8000원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분위기 파악 못 한다고 놀림당한다. 뭘 잘못한 걸까. 그는 다만 생각이 많고, 더 예민할 뿐이다. 저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특성을 다뤄 호평받았던 30년 경력의 심리 치료 전문가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이번에는 넘치는 생각과 감정 때문에 골치 아픈 사람을 위한 세상살이 심리학을 내놓았다. 어떻게 하면 요령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세상이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다 혼자 상처받는 대신 먼저 이 세상을 좀 더 이해해 보라”고 조언한다.

#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는 詩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김사이 시집 /아시아 /9500원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 공부를 하고 2002년 ‘시평’으로 등단한 김사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앞선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에서 노동 현장의 부조리함과 그 속에서 이중으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낸 시인답게 이번 시집에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선되는 것 없이 교묘하게 더 나빠지고 있는 것만 같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시인은 이 세계의 아픔을 그 자리에서 함께 노래한다. 삶과 시가 일치하는 순간을 경험할 때 느껴지는 감동을 담고 있다.

# 인터넷선 못 보는 통영 여행기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 이정화 에세이 /책나물 /1만6700원


한 사람의 개인적 시선이 보여주는 지역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 나서는 ‘가장 사적인 한국 여행 시리즈’가 ‘경북 울진’ 편에 이어 두번째로 ‘경남 통영’을 이야기한다.

불안을 안고 살고, 일과 공부로 삶을 채우던 저자는 통영과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은사님이 빌려준 통영의 작은 집과 서울을 오가다가, 바닷가 마을의 낡은 아파트를 덜컥 샀다. 나무와 숲, 은갈치빛 바다, 소박하게 흘러가는 통영의 일상은 도시생활에 지친 저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관광 안내책자나 검색 포털에선 만날 수 없는 한 사람의 통영 여행기.

# 끝말잇기로 전해지는 유대감

끝말잇기- 김영진 그림책 /길벗어린이 /1만4000원


그린이와 아빠는 오랜만에 함께 산을 올랐다. 아빠와 함께라면 즐거울 줄 알았는데, 등산은 힘들고 지루했다. 그린이는 끝말잇기를 제안한다. 심심해서 시작한 끝말잇기는 점점 재미있어진다. 단어와 단어가 박자를 맞춰 이어질 때마다 둘 사이의 유대감도 쌓여 간다. 낱말 하나에서 때로는 추억을 떠올린다. 끝말잇기에 진 벌칙으로 아빠는 그린이에게 ‘순댓국’을 사준다. 아빠도 그린이만 한 나이에 부모님이 처음 순댓국을 사 주셨던 추억이 있다. 평범한 하루 이야기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담긴 그림이 생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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