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1%대 금리 기대말라” 빚투족에 또 경고
“(1년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려고 했는데, 하마스·이스라엘(사태)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시장 반응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 폭풍 전야로 조용한 건지 아닌지는 정말 예단하기가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총 여섯 차례 금리를 동결해서 9개월째 연 3.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 총재는 “성장 경로, 물가 경로, 가계 부채 추이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불확실성을 보고서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1.4%로 어둡기 때문에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지만, 물가가 꿈틀대고 가계 부채도 증가 추이여서 쉽게 금리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 낮아질 수도
이 총재는 이날 지난 8월 제시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8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각각 3.5%와 2.4%로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5.3% 수준이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올해 차츰 낮아져 내년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높아진 국제 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중동 사태로 인해서 물가 예상 경로가 벗어나고,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고착화된다면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금통위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됐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금통위원들은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해 6명 전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수준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거나, 현재의 긴축 기조를 더 오래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은, 또 다시 ‘빚투’ 경고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의 통화정책으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 부채는 미시적인 방법을 통해 조정한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되, 한은이 통화 정책을 지나치게 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이 집계한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는 101.7% 수준인데, 이 총재는 이 숫자가 80%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빚투족’에 다시 경고를 던졌다. 이 총재는 “레버리지(빚)를 내서 투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다시 예전처럼 (연) 1%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린다”고 했다.
이 총재는 2개월 전 기자간담회에서도 젊은 세대를 콕 짚어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하지 못해서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볼 때 금융 부담이 금방 그렇게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이런 높은 금리가 유지될 때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고팔아서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총재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맞지만, 전체적으로 볼 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둔화됐을 뿐 다시 오르는 추세는 아니라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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