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대중예술인의 소득 불균형
대중예술 산업과 순수예술 산업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산업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대중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예술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이 쉴 새 없이 투입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흥행 열차’에 오르기 위해 자본 못지않게 중요한 인적자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명 배우나 톱가수에게 문화예술계의 시선이 온통 쏠린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전석매진이나 높은 시청률 등 흥행에 성공하면 두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시쳇말로 ‘쪽박’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안전장치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스타’로 불리는 대중예술인이 등장하는 문화예술 작품의 흥행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을 고려할 때 문화예술산업의 스타 선호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내용이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와 이에 따른 대중예술 각 장르의 발전으로 문화예술산업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중예술 노동시장의 소득 편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대중예술인 소득의 ‘승자독식’ 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7~2021 업종별 연예인 수입 금액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중가수 상위 1%인 77명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46억1천774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신고한 전체 가수 1인당 평균 소득 6천679만원의 69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톱가수의 수입이 ‘보통가수’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높다는 증거다. 배우의 소득 격차는 가수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배우 소득 상위 1%(160명)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2억6천590만원으로 배우 전체 평균 2천407만원의 94배에 달했다. 특히 이 같은 배우 전체의 연평균 소득은 2021년 당시 최저임금으로 환산한 연봉이 2천186만9천76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열악한 수준이다.
소득 상위 1%의 대중예술인은 ‘스타’로 분류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위 1% 소득 중에서 ‘슈퍼스타’ 수입이 포함돼 있음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문화예술 시장에서 0.1%라고 하는 슈퍼스타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스타’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시 말해 상위 1% 스타의 전체 소득 중 슈퍼스타의 소득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결국 슈퍼스타와 일반 대중예술인의 소득 격차가 제시된 수치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쯤 되면 미국의 경제학자 로젠이 제시한 ‘슈퍼스타 이론’을 소환할 명분이 생긴다. 소수 몇 명에게 엄청난 소득이 몰리고, 반대로 나머지 대다수는 아주 낮은 소득이 돌아가는 대중예술산업의 엄혹한 현실은 이대로 좋은가. 대중예술인의 소득 불균형 문제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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