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간 '무턱' 휠체어 이동 편리…300m 핸드레일 설치까지

박주연 기자 2023. 10.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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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예술인 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가보니
충정로 구세군빌딩 리모델링…24일 공식 개관
단차 없이 설계…250석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변신
점자 좌석 번호…공연별 자막·음성·수어 해설도 모두 지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에서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드레스 리허설 공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 창작자를 위한 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 및 관람 환경을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하고자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1~3층을 리모델링해 이를 마련했다. 25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을 비롯해 연습실 3개, 스튜디오 1개, 분장실 4곳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추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접근성 매니저 등 인력 서비스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2023.10.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환경이 바뀌면 장애는 없습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이 19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모두예술극장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호주 지적 장애인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단차 없는 평평한 바닥과 경사로 덕에 휠체어로 공연장 내부로 이동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관객석 가장 앞쪽에 휠체어를 탄 채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배우 사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사이먼 래허티가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청각 장애인들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무대 전면과 양옆 3개의 스크린에서 영어와 한글로 자막이 흘렀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은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다. 지난 13일부터 시범운영해 오는 24일 공식 개관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에서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하고 있다. 2023.10.19. pak7130@newsis.com


모두예술극장 좌석에는 점자로 번호가 각인되어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관람 환경을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 구세군빌딩 1~3층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580석 공간을 휠체어석이 포함된 단차 없는 25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변모시켰다. 연습실 3개, 스튜디오 1개, 분장실 4곳도 마련했다. 추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접근성 매니저 등 인력 서비스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공간은 휠체어 등 장애인의 이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단차 없이 설계됐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지 및 시설은 물론 공연별 자막·음성·수어 해설도 모두 지원된다. 총 300m 길이의 핸드레일이 설치됐고, 좌석마다 점자로 좌석 변호가 각인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19일 서울 서대문구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에서 호주 지적 장애인 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드레스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3.10.19. pak7130@newsis.com


기존 공연장들이 장애인 관객 위주로 개선돼 왔다면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 창작자도 배려했다. 극장 2층 기술스태프를 위한 공간이 단차없이 설계돼 휠체어를 타고도 조명, 음향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분장실 내부 샤워실은 휠체어를 탄 채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형희 이사장은 "다른 공연장의 경우 가기 전부터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지, 극장 편의시설은 어떤지 검색하고, 안내원에게 하나하나 요구해야 하는데, 이 공간에 오면 그런 어려움이 전혀 없다"며 "장애인들이 보통의 공연장에서 겪는 불편함이 10이라면 여기에서는 그중 8이 없어졌다. 나머지 두 개는 시설을 떠나 사람에 대한 부분인데 접근성 매니저 등을 통해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 공연장은 장애예술인들에게 꿈과 염원이던 공간"이라며 "다른 지역까지 이런 공간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19일 서울 서대문구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 창작자를 위한 공간이다. 2023.10.19. pak7130@newsis.com


오세형 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TF단장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동약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개방감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며 "무대 스태프, 공간 운영자 등이 상주하고 있고 접근성 매니저도 도입해 시각장애인이 오면 직접 역까지 안내를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공간 선정에 있어 교통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공간 특성상 1층과 2층에서 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어 유사시 탈출로도 확보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벌써부터 시설확충을 준비 중인 일부 공연장들이 모두예술극장을 보며 참고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확산의 거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벌써부터 많습니다. 3분의 1 가량을 제작 공연으로 채우고, 장애예술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관을 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연습장, 스튜디오, 홀 등도 대관해 장애예술인들이 상주하며 창작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예술극장에서는 22일까지 백투백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영화 '데모크라틱 세트'가 선보인다. 백투백시어터는 지난해 세계 연극계 최고권위의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단체로, 지적장애를 가진 배우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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