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간 '무턱' 휠체어 이동 편리…300m 핸드레일 설치까지
충정로 구세군빌딩 리모델링…24일 공식 개관
단차 없이 설계…250석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변신
점자 좌석 번호…공연별 자막·음성·수어 해설도 모두 지원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환경이 바뀌면 장애는 없습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이 19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모두예술극장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호주 지적 장애인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단차 없는 평평한 바닥과 경사로 덕에 휠체어로 공연장 내부로 이동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관객석 가장 앞쪽에 휠체어를 탄 채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배우 사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사이먼 래허티가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청각 장애인들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무대 전면과 양옆 3개의 스크린에서 영어와 한글로 자막이 흘렀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은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다. 지난 13일부터 시범운영해 오는 24일 공식 개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관람 환경을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 구세군빌딩 1~3층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580석 공간을 휠체어석이 포함된 단차 없는 25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변모시켰다. 연습실 3개, 스튜디오 1개, 분장실 4곳도 마련했다. 추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접근성 매니저 등 인력 서비스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공간은 휠체어 등 장애인의 이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단차 없이 설계됐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지 및 시설은 물론 공연별 자막·음성·수어 해설도 모두 지원된다. 총 300m 길이의 핸드레일이 설치됐고, 좌석마다 점자로 좌석 변호가 각인됐다.
기존 공연장들이 장애인 관객 위주로 개선돼 왔다면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 창작자도 배려했다. 극장 2층 기술스태프를 위한 공간이 단차없이 설계돼 휠체어를 타고도 조명, 음향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분장실 내부 샤워실은 휠체어를 탄 채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형희 이사장은 "다른 공연장의 경우 가기 전부터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지, 극장 편의시설은 어떤지 검색하고, 안내원에게 하나하나 요구해야 하는데, 이 공간에 오면 그런 어려움이 전혀 없다"며 "장애인들이 보통의 공연장에서 겪는 불편함이 10이라면 여기에서는 그중 8이 없어졌다. 나머지 두 개는 시설을 떠나 사람에 대한 부분인데 접근성 매니저 등을 통해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 공연장은 장애예술인들에게 꿈과 염원이던 공간"이라며 "다른 지역까지 이런 공간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세형 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TF단장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동약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개방감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며 "무대 스태프, 공간 운영자 등이 상주하고 있고 접근성 매니저도 도입해 시각장애인이 오면 직접 역까지 안내를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공간 선정에 있어 교통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공간 특성상 1층과 2층에서 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어 유사시 탈출로도 확보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벌써부터 시설확충을 준비 중인 일부 공연장들이 모두예술극장을 보며 참고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확산의 거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벌써부터 많습니다. 3분의 1 가량을 제작 공연으로 채우고, 장애예술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관을 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연습장, 스튜디오, 홀 등도 대관해 장애예술인들이 상주하며 창작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예술극장에서는 22일까지 백투백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영화 '데모크라틱 세트'가 선보인다. 백투백시어터는 지난해 세계 연극계 최고권위의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단체로, 지적장애를 가진 배우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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