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못했다.” 곽빈 백투백 허용은 불가항력적, 다만 ‘최승용 1이닝 10구’ 뒤 8실점은 명백한 인재
2023년 두산 베어스에 주어진 가을야구는 단 1경기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쏟아졌지만, 두산은 1차전에서 마운드 난조 속 허망한 역전패로 이승엽 감독 첫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다.
두산은 10월 19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대 14로 패했다.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던 두산은 1차전 패배에 곧바로 가을야구 탈락을 확정하고 짐을 쌌다.
이날 두산은 1회부터 3회까지 이닝마다 1득점씩 뽑아내 3대 0 리드를 잡았다.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던 점이 불안 요소였지만, 두산 선발 투수 곽빈이 3회 말까지 완벽한 투구 내용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두산은 4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김명신을 올려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김명신은 안타와 볼넷 허용으로 내준 2사 만루 위기에서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고 겨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반격에 나선 두산은 5회 초 김재호의 볼넷과 대타 김재환의 좌전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추격에 돌입했다. 이어진 1사 2, 3루 기회에서 강승호의 땅볼 타점으로 5대 5 동점이 이뤄졌다.
하지만, 두산은 5회 말 선두타자 마틴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 우익수와 콜 플레이 미스를 낸 강승호의 포구 실책으로 연결돼 무사 2루 위기에 처했다. 결국, 2사 3루 위기에서 바뀐 투수 이영하의 폭투로 5대 6 역전을 내줬다.
두산은 6회 말 최승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승용은 10구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두산은 벤치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최승용을 7회 말 곧바로 김강률로 교체했다. 김강률이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두산 벤치는 정철원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철원이 이어진 1사 만루 위기에서 서호철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아 뼈아픈 실점을 허용했다.
두산은 8회 초 1득점으로 6대 8 마지막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두산은 8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홍건희가 0.2이닝 4피안타(1홈런) 2사사구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사실상 경기를 던졌다. 9회 초 3득점 추격도 이미 크게 벌어진 점수 차에 큰 의미가 없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장단 14안타 7볼넷 9득점으로 최근 몇 경기 동안 침체했던 팀 타선이 폭발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투·타 엇박자가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은 팀 마운드가 12피안타 3피홈런 9볼넷 1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봤다.
다만, 최근 구위와 제구가 가장 좋았던 투수인 최승용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한 점은 인재다. 곽빈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경우 뒤에 붙여줄 두 번째 투수로 최승용을 선택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6회 말 올라와 단 10구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최승용이 더 긴 이닝을 끌고 가서 실점을 최소화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이 붙는 분위기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뒤 “경기 초반 3대 0까지는 좋았는데 조수행의 강습 타구가 상대 유격수의 좋은 수비에 걸려 추가 득점에 실패한 게 아쉬웠다. (곽)빈이가 너무 잘 던지다가 역전 만루포와 백투백을 맞아 전세가 역전됐다. 잘 따라가서 동점이 됐는데 뒤에 나온 투수들의 힘이 부친 듯싶다. 뒷심이 부족했다”라고 패배를 복기했다.
최승용을 길게 끌고 가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 이 감독은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투수코치와 상의하면서 최승용 선수는 길게 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가을야구는 앞에 놓인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도 모자란 무대다. 곽빈이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는 걸 감독이 알고 있었지만,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두 번째 투수로 최승용과 김동주를 일찍 대기하게 하지 않은 건 패착이 됐다. 이미 시즌 막판 과부하와 마지막 8연전 소화로 지칠 대로 지친 불펜 필승조를 이닝 쪼개기로 활용하는 것보단 최승용과 김동주를 경기 초반부터 롱릴리프 역할로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방안이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최승용은 단 1이닝 10구로 등판을 마무리했다. 김동주는 아예 브랜든과 함께 1차전 미출전 선수로 등록됐다. 2차전을 생각한 판단이었다면 그건 두산이 5위가 아닌 4위라는 착각 아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초보 사령탑이 혹여나 보여줄 단기전 반전 승부를 기대한 두산 베어스 팬들의 마음만 크게 멍든 하루였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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