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원특별자치도의 산림 이용을 생각하다
지난 10일, 강원도민일보 주관으로 고성군에서 개최된 ‘강원특별자치도를 대한민국 산림수도로!’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했다.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님과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범국민적인 조림활동으로 조성된 강원도의 인공림은 30년생에서 50년생, 수확기 한참 전의 숲이 많다고 들었다. 솎아베기 등 보육활동이 필요하지만, 벌채와 반출은 경제성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일본도 한때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현재는 인공림의 수확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재 자급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일반 국민들은 나무를 심는 것과 자연보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나무를 베는 것은 나쁜 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점은, 제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20~30년 전 일본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본에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삼나무를 비롯한 인공림의 간벌을 진행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국민들의 이해가 있었던 것 같다.
1990년대 일본에는 현재의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간벌을 필요로 하는 인공림이 많이 존재했다. 인간이 나무를 심어 조성한 인공림은 나무가 자라서 수관이 닫히면 숲속이 어두워지고, 임상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잡초가 자라지 않게 된다. 일본의 가파른 지형에서 자라는 이런 관리가 부족한 인공림에 비가 한 번 내리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흘러들어가 수자원을 저장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지표면의 토양을 침식해 하류 하천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토사재해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대학에서 산림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간벌은 귀중한 수자원을 함양하고 산사태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수업시간에 배우는데, 행정과 연구자들이 꾸준히 홍보활동을 펼친 결과 국민들도 ‘나무 베는 것은 나쁘다’는 일방적인 생각에서 ‘인공림에는 간벌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또한 1997년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회의를 계기로 온난화 대책으로 간벌을 추진하게 된 것도 큰 힘이 됐다. 강원도에서는 산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들었다. 과밀화된 소나무 숲의 화재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간벌을 통해 과밀화를 해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산림의 ‘환경보전 기능’을 다방면으로 향상하기 위해선 간벌은 필수라는 것에 대해 강원도, 나아가 한국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나무를 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리협정에서 자국에서 벌채한 목재를 일정 기간 사용하면 탄소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벌채목재제품(HWP)’
의 개념은 목재 자급률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목재제품을 만들 것인가에서 역산한 숲 조성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본의 경우, 같은 나이의 인공림이 너무 많아진 결과, 간벌재 등급의 나무를 처리하는 임업기계나 제재기계는 정비됐지만, 이제는 나무가 너무 커져서 그 커진 일본의 나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임업기계나 제재기계가 부족해 오히려 큰 나무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벌채시기를 대비한 임업-제재업의 기계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임도 정비를 지금부터 얼마나 진행할 수 있느냐가 강원도 산림이용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이다.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장을 찾았는데 개막 3주 만에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강원도의 산림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이라고 본다.
지난 10일 찾았던 엑스포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관람객으로 붐비는 등 한국분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산림 이용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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