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안의호 2023. 10.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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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만산홍엽의 절경을 만끽하려는 등산인들의 발걸음이 산으로 향하는 계절이다. 이런 가을에 꼭 가봐야 하는 명산이 접경지역 화천에 위치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곳으로 지난 2022년 10월 케이블카를 개장하며 품을 열었다. 한국전쟁 마지막 전투였던 ‘금강전투’의 전장이자 우리 가곡 ‘비목’의 현장인 ‘백암산’이 그곳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민간인 통제선 안에 위치하고 있는 백암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너무 아름다워 처연한 전방지역의 가을 풍경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전쟁의 마지막 전투지, 백암산

격전지 돌무덤 한명희 소대장 헌시
무명용사 기리는 가곡 ‘비목’ 무대
민통선 뭍길·물길 잇는 안보관광지

백암산은 우리가곡 '비목'의 배경지였던 금성전투의 현장이다

백암산은 한국전쟁 마지막 전투이자 중동부 전선 최고(最高) 고지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됐던 금성전투의 현장이다.

백암산은 특히 지난 1964년 육군 7사단 수색대에서 근무하던 한명희 소대장이 백암산 기슭에서 이름 모를 용사의 녹슨 철모와 이끼가 낀 채 허물어져 있는 돌무덤을 발견하고 마음 아파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쓴 헌시에 장일남 선생이 곡을 붙여 만든 국민가곡 ‘비목’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평화의댐 인근에 조성된 비목공원에 들러 조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전사한 무명의 용사들을 기리고 있다.

백암산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등산로를 이용할 수 없고 케이블카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 백암산은 개인차량을 이용해 민통선을 지나는 육로를 이용하거나 파로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평화의 댐을 거쳐서 갈 수 있다.

특히 백암산 케이블카와 연계 운영하기 위해 ‘평화누리호’라 명명한 유람선은 간동면 구만리 선착장과 평화의 댐 사이 23㎞ 구간을 왕복하고 있다. 유람선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평화의댐에 도착해 세계 평화의종 공원과 비목공원 등 안보 관광지를 둘러본 뒤 백암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백암산은 군작전지역이라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출입은 화천군 하남면 화천체육관 소재 창구에서 당일 신청할 수도 있으나 관할 군부대 여건에 따라 출입이 통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최북단·1178m 가장 높은 케이블카
유리바닥 백암산 식생 관찰 가능
협곡·금강산댐 푸른 물 한눈에

백안산 케이블카는 초속 5m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민북지역의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지난 2014년 3월 착공한 뒤 8년 만에야 겨우 개장한 국내 최북단에 위치한 시설이다. 백암산 정상의 해발고도가 1178m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편도 2.12㎞ 구간을 초속 5m 로 올라가기 때문에 주위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일부 케이블카는 바닥을 유리로 마감해 발밑에 펼쳐지는 백암산의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도 있다. 산 정상 전망대에서는 북한의 금강산댐을 망원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금강산댐까지의 거리는 16.69㎞밖에 안 돼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협곡사이에 위치한 금강산댐이 거대한 규모로 담수하고 있는 푸른 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맑고 안개가 없는 날에는 금강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금강산 댐 붕괴에 대비해 건설한 ‘평화의 댐’도 육안으로 조망할 수 있다. 금강산댐과 백암산 정상 사이에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책선과 전방초소가 있다. 잘 닦인 접근도로에 연결된 우리초소와 초소건물만 보이는 북측 초소가 묘한 대비를 이루며 분단조국의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중동부 최전방 화천군 화천읍과 철원군 원동면을 접하고 있는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시설이어서 민통선을 넘어야 하는 국내 유일의 케이블카다. 개장 이후 코로나19와 남북 관계 악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운영이 원만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정상운영 돼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화천호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을 찾아온 외부손님들도 운동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백암산을 방문하고 있어 방문객의 연령대도 넓어졌다. 화천군에서는 관광해설사를 배치해 백암산뿐 아니라 그곳에서 치렀던 한국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투와 전방지역의 현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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