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하의 대중문화평론] 인간에 대한 흥미진진한 탐구 ‘데블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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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2회차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두뇌'보다는 '서바이벌'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분명한 설정, 일주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그러나 단 한명의 우승자만이 '살아남는' 이 게임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지만 때로는 누추한 인간의 내밀한 속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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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보다 ‘서바이벌’ 본질 보여준프로그램
수없는 은밀한 약속 손쉽게 부서지고 무력화
누추한 인간 내밀한 속성 가감없이 드러나
눈물 이해 못했던 플레이어도 끝내 눈물 흘려
감사·미안함·분노·악어의눈물까지 복잡미묘
“찢었다”는 극찬을 받은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Devil’s Plan)’이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간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시리즈, ‘여고추리반’ 시리즈 등을 만들어 온 정종연 PD가 연출한 작품이다.
배우, 가수, 프로 게이머, 의사, 변호사 등 12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플레이를 펼치면서 한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고, 분명히 ‘머리를 굴려야만’ 살아남는 게임인데, ‘머리를 굴린다’는 말 안에는 보다 복잡한 함의가 있다. 단순 암기력, 수리력, 순발력, 설득력, 고도의 심리전과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 능력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데블스 플랜’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설득력이 높은 캐릭터, 조용히 묻어가는 캐릭터, 끊임없이 의심하고 배신하는 캐릭터, 유쾌하고 낙천적인 캐릭터, 각성하는 캐릭터 등 다양한 참여자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만들어 내는 ‘각본 없는’ 게임은 예측할 수 없는, 시시각각 변하는 그야말로 ‘생물’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살아남기 위해 언제든 연대와 배반이 일어날 수 있다. 각 참가자는 연대와 배신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 누구든 적이자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상황이지만, 참가자들의 사이를 적절히 유지하는 방법도 잘 설계되었다. 모두가 협동해야만 하는 상금 매치와 ‘감옥’ 설정이 그것이다. 우승 상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나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눈치를 보고 배신을 모의했던 참가자들은 서로 협력해야만 한다. 순위가 낮은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감옥에 갇히지만, 그곳은 동료애, 깨달음, 뜻밖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역설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 12회차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두뇌’보다는 ‘서바이벌’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참가자들은 부지런히 연대하고, 거짓말하고, 속이고, 배신한다. 수없이 많은 은밀한 약속은 손쉽게 부서지고 무력화된다. 눈물을 흘리며 동료를 보내지만, 돌아서면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연대하고 배반하며, 복수를 엿본다.
‘눈물’은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한명의 출연자도 ‘눈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각자 흘린 눈물의 질감은 꽤 다르다. 초기의 탈락자를 보내면서 눈물을 흘리는 생존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들도 끝내 눈물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감사, 행복, 미안함, 억울함, 분노, 악어의 눈물까지, 한마디로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은 ‘눈물’을 통해 표현된다.
정종연 PD가 ‘대탈출’이나 ‘여고추리반’처럼 제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데블(devil)의 계획”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악마는 무엇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던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분명한 설정, 일주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그러나 단 한명의 우승자만이 ‘살아남는’ 이 게임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지만 때로는 누추한 인간의 내밀한 속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복수, 배신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누군가를 탈락시키기 위해 누군가와 은밀하게 모의하는 모습, 끝없이 경쟁하다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 단합하는 모습은, 인간과 인간사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플레이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대하고 이탈하고 배반하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복수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편집된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서바이벌’이라는 목표 아래, 미처 포장되지 않은 표정들, 감춰지지 못한 순간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데블의 큰 그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가장 이기적이지만 때로 이타심을 발휘하는 존재, 배반과 믿음 사이를 오가는 존재, 그 극한의 감정들이 찰나의 순간에도 요동치는 존재, 약하지만 강한 존재. 이 프로그램이 드러내는 인간의 내밀한 내면, 데블이 설계한 그 탐구는 흥미진진하다.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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