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中 리오프닝만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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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A사는 각종 소비재에 사용되는 첨단소재를 만들고 있다.
설립한 지 50년 이상 됐고, 꾸준히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이다.
두 가지 이유로 최종 소비재 판매가 줄어드니, 그 원재료인 A사의 첨단소재도 덜 팔리는 것이다.
A사 임원은 "저출산은 단번에 해결하기 힘들지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본격화는 시간문제다. 조만간 회사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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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기댈 게 아니라 이별해야 산다
최근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실적 하락 원인을 분석했다. 답은 ‘저출산’과 ‘중국 경제 위축’으로 모아졌다. 두 가지 이유로 최종 소비재 판매가 줄어드니, 그 원재료인 A사의 첨단소재도 덜 팔리는 것이다. A사 임원은 “저출산은 단번에 해결하기 힘들지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본격화는 시간문제다. 조만간 회사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기자는 A사 임원이 바라는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리라고 본다. 중국이 과거의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분명 한국에 축복이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실권을 잡은 후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했고 해외 자본을 받아들였다. 1990년대 이후 10% 내외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그런 초고속 성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에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꾸준히 늘렸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수출(무역의존도) 비율은 80∼110%에 이른다. 지난해 수입을 제외한 수출만 놓고 봐도 GDP 대비 44% 수준이니 폭발하는 대중 수출이 얼마나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렸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큰 그림자도 드리웠다. 1차 충격은 한중 국교를 수교했고, 한국 정부가 해외투자 승인 절차를 대폭 완화한 1992년 무렵에 왔다. 한국 기업들이 저임금의 중국으로 공장을 잇달아 옮겼다. 어느새 노동집약적인 섬유, 신발, 가죽 공장이 한국에서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가 된 2차 충격은 현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중국 역시 해외 의존도가 높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 변화에 취약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자원 및 노동력 투입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첨단산업 등 혁신주도형 경제로 전환을 시도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중국은 이를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라 부른다.
신창타이를 통해 부품소재 경쟁력을 강화했고, 첨단 제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으며 중간재를 국산화했다. 지난해 중국은 자연과학 연구 영향력에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런 과학기술 역량이 점차 산업계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오랜 기간을 들여 기술을 습득했지만, 중국은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기술을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대중 수출 활황은 쉽지 않다.
그럼 A사는 앞으로 쓰러질 일만 남은 것일까. 그건 아니다. 대만 전자제품 회사인 에이서의 설립자 스탠 스가 ①생산 전 서비스 ②생산 ③생산 후 서비스로 나눠 그 부가가치를 따져봤더니, ②가 가장 낮고 ①과 ③이 높았다. 이 현상은 갈수록 강해졌다. ①∼③을 선으로 연결하면 웃는 모양의 곡선이 그려진다. 소위 ‘스마일 커브’다. A사는 이제 생산에 주력할 게 아니라 생산 전 서비스인 R&D, 디자인, 서비스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혹은 생산 후 서비스에 해당하는 유통, 물류, 마케팅 등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의 공장’ 중국에 기댈 게 아니라 이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박형준 산업1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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