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뒤 우리도 실수”…바이든, 이스라엘 ‘과잉 보복’ 경고

9·11 테러 뒤 아프간 침공 전례
분노에 사로잡혀 후유증 심각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상태로 9·11 테러 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장기전을 치르며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텔아비브 연설에서 "공격이 발생한 이후 우리는 그것이 이스라엘의 9·11 테러로 묘사되는 것을 봤다"며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라. 9·11 이후 우리는 미국에서 분노했다. 정의를 추구하고, 얻는 과정에서 실수도 저질렀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라크·아프간을 침공했다. 이 전쟁으로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축출되고 친미 성향의 정부가 수립됐지만 2021년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 후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아프간 주민들의 삶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갔다. 이라크에서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권력 공백은 오히려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전쟁은 450만 명이라는 간접 사망자를 낳는 등 후유증을 남겼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사망자 수는 7000명을 넘고 미국 정부는 자금 조달에 2조2000억 달러(약 2987조 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확전을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지상작전이 장기간 펼쳐지면 민간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확전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