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땅굴 전술

박병진 2023. 10. 1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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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갱도)은 전력이 뒤지는 군대가 강자와 맞서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태평양 도서를 점령했던 일본군은 갱도 전술로 미군의 포화에 맞섰다.

미군과의 정전협상이 시작되고 전선이 38선 일대에 고착되자 중공군은 지구전을 펼칠 수 있는 대규모 갱도 건설에 나섰다.

양측의 싸움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갱도 보급로가 막힐 때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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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갱도)은 전력이 뒤지는 군대가 강자와 맞서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기본적으로 보급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태평양 도서를 점령했던 일본군은 갱도 전술로 미군의 포화에 맞섰다. 효과는 잠시였다. 미군 함대가 도서를 포위하자 탄약과 식량 등 보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일본군은 갱도에서 나오는 순간 폭사하기 일쑤였다.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칠 틈도 없었다.

6·25전쟁 때 중공군도 이 전술을 사용했다. 미군과의 정전협상이 시작되고 전선이 38선 일대에 고착되자 중공군은 지구전을 펼칠 수 있는 대규모 갱도 건설에 나섰다. 38선 이북에서 대역사(大役事)가 벌어진 것이다. 지상과 공중에서 미군의 포격이 쉼 없이 이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1952년 봄 무렵, 땅속에 거대한 ‘용’이 자리 잡았다. 길이가 무려 6250㎞나 되는 갱도였다. 만리장성에 비견될 정도였다. 이듬해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그날까지 전선이 38선 언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배경이다.

북한 김일성은 1971년 이른바 ‘9·25교시’라 일컬어지는 명령에서 “남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한 속전속결 전법을 도입하여 기습전을 감행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군단별로 비무장지대에 대규모 땅굴을 뚫는 작전이 시작됐다. 이러한 남침용 갱도는 2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전 개시 전에 발각돼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나, 땅굴 건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땅굴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의 땅굴은 깊이 30m, 총 연장 길이는 483㎞로 추정되며, 가자지구 곳곳의 집과 건물 지하를 거미줄처럼 이어 만들어 ‘가자 지하철’(Gaza Metro)로 불린다. 로켓 수천 개가 은닉돼 있고, 곳곳에 함정이 구축돼 있으며 지뢰까지 매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켓과 미사일로는 지하에 있는 이런 하마스 전력을 궤멸시키기 어렵다. 이스라엘로선 지상군 투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양측의 싸움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갱도 보급로가 막힐 때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이번 전쟁이 길고 힘들 것이며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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