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혹은 아찔했던 두산과 NC의 투수 교체[스경x승부처]
투수 교체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 또한 분명하다. ‘결과론’으로 넘어가기엔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두산의 투수 교체 실패가 너무 뼈아팠다. 승리한 NC 또한 투수 교체로 큰 화를 당할 뻔했다.
NC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WC 결정전 1차전에서 두산을 14-9로 꺾었다. 두산 입장에선 초반 리드가 아쉬웠다. 3점 차로 앞서던 경기를 4회말에만 5실점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두산 선발 곽빈은 4회 이전까지 분명 완벽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그러나 4회 들어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1사 후 박건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제이슨 마틴을 뜬공으로 잡았지만, 권희동에게 ‘기분 나쁜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다시 김주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2사 만루. 곽빈이 무너졌다. 서호철에게 만루홈런을 맞았고, 후속 김형준에게 백투백을 허용했다. 곽빈이 4.2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에 내려왔다.
곽빈을 조기에 교체한다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직전 이닝까지 워낙 공이 좋았고, 20일 있을지도 모르는 경기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면 뒤가 없는 경기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가 아쉬웠던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서호철이 직전 타석에도 곽빈의 빠른공에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둘렀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두산의 투수 교체는 7회 다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늦어서가 아니라 빨라서 문제가 됐다. 6회 등판해 3자 범퇴로 NC 공격을 틀어막은 좌완 최승용을 1이닝 만에 교체했다. 결과론으로 악수가 됐다. 7회 등판한 김강률이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날 따라 유독 맹타를 휘두른 서호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김강률이 무너지면서 정철원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고, 8회 홍건희가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경기를 완전히 NC로 넘어갔다.
6회 공이 좋았던 최승용을 더 끌고 갔다면 다른 결과를 상상할 수도 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승용을 더 끌고 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다. 투수 코치와 상의하면서 최승용을 길게 끌고 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NC 역시 투수 교체에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4회말 대거 5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다음 이닝 바로 동점을 허용했다. 선발 태너 털리(등록명 태너)를 5회 마운드 위에 올렸지만, 태너는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주자 2명을 내보냈다. 급하게 이재학으로 교체했지만, 승계주자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태너는 이날 1회부터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주무기 슬라이더가 계속해서 장타로 연결됐다. 특유의 제구력으로 두산 타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했지만 헛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인플레이 타구가 계속 나왔고, 3회까지 매 이닝 1점씩 내줬다. 4회 처음 무실점 이닝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했다. 허경민의 내야 깊숙한 타구를 유격수 김주원이 호수비로 잡아냈고, 2사 후 정수빈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김형준의 도루 저지로 간신히 아웃 카운트 3개째를 잡았다.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후 선발 투수 교체 시점에 대해 “일단 5이닝까지는 가려고 생각했다. 6회부터 불펜들을 (평소보다) 앞당겨 투입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NC는 이날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지만, 마운드 고민이 남았다. 에이스 에릭 페디와 함께 원투펀치를 맡아줘야 할 태너가 크게 고전했다. 마무리 이용찬은 14-6으로 크게 앞섰던 9회초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 했다. 태너부터 이용찬까지 투수 6명을 투입했지만,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우완 불펜 류진욱 1명을 제외하고 누구 하나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지 못했다. 투수들이 제 위력을 펼치지 못한다면, 벤치의 투수 교체 고민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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