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칼끝 창업주로 …'사법 리스크' 커진 카카오
배재현 대표 구속 이어
금감원, 김범수 소환 예정
카카오 사업 전반에 빨간불
'다음뉴스' 편파 논란 겹쳐
카카오 주가 52주 신저가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카카오 핵심 경영진이 19일 구속된 데 이어 수사의 칼날이 결국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로 향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주가와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가 공동체 주요 사업에도 제동을 거는 분위기여서 향후 카카오가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이날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수사해 10일 안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현재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또 금감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 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부문장 이 모씨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금감원은 이들과 관련해 "범죄 혐의 내용이 중대하지만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현재까지 수사 결과나 객관적 사실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규명돼 있어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보강수사를 계속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 안팎의 시선은 김범수 센터장에게 쏠리고 있다. 앞서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김 센터장은 빠진 바 있지만 금감원 특사경이 이날 그에게 다음주 소환조사에 임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윗선으로 본격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8월 김 센터장의 판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배 대표의 공석을 어떻게 메울지보다 당장 창업주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카카오 측은 수사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구체적 입장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며 "변호인단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다. 직접적으로 영향권에 들어간 곳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3월 SM엔터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양사 인기 아티스트 등을 내세워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왔는데, 이러한 사업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외 매출이 과반에 달하는 SM엔터를 등에 업고 '비욘드 코리아'(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 확대)를 실현하겠다는 카카오 계획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카카오가 최대주주인 카카오뱅크는 아예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공산이 있다.
구속된 배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거나 김 센터장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 카카오뱅크 지분 대부분을 내놓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최근 공동체 안팎으로 각종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 그룹장급 임원이 법인카드로 1억원에 상당하는 게임 아이템을 사적으로 결제했다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는 해당 임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게임 결제액 전액을 환수했다고 밝혔지만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구조조정 움직임마저 가시화되고 있어 내부 분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고강도 인력 감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모빌리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중개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인 다음CIC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은 뉴스 알고리즘에서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정치권 등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배 대표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카카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장중 내내 약세를 이어가다 전일 대비 1300원(3.11%) 떨어진 4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고점 대비 43.2%나 내려앉은 수준이다.
3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경영진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카카오의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서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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