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패권 경쟁의 시대,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하나 돼야”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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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고려대서 기후변화 주제로 강연
파리기후변화협약·UN 지속가능발전목표 등
재임기간 공들였던 환경보호 활동 이어가
“지구 시민답게 물 한 방울, 종이 한 장도 아끼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과학도서관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상준 기자>
19일 오후 5시 서울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과학도서관 대강당, 교수와 학생 400여 명이 강단에 선 연사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종이 조각에 집중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종이를 든 사람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었다.

“종이 한 장이라도 함부로 쓰고 버리면 안 됩니다. 저는 이면지를 선호합니다. 그마저도 잘라서 끝까지 다 씁니다. 이게 오늘 제가 적은 오늘 저의 일정표입니다. 조금 ‘쫌생이’ 같겠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 전 총장은 79세의 나이에도 전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글로벌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바로 ‘탄소 중립’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아마존강 유역에 위치한 브라질의 한 도시를 방문해 수천명의 청중에게 ‘세계의 허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의 탄소중립 열정은 유명하다. 한 번쯤 들어 봤을 파리기후변화협약,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반 전 총장의 재임 기간에 채택됐다. 퇴임 후 현재까지도 반 전 총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각종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현재 기후변화적응글로벌위원회(GCA) 위원장,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세계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기후위기 문제에 한해서만이라도 세계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매일같이 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며 “미중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UN SDGs를 채택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유엔총회에서 협약으로 채택되려면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며 “그때 세계는 하나가 됐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위기에는 진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급한 문제를 꼽는다면 그건 기후위기다”라며 “당장 대응하지 않으면 모든 인류가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18.5℃인데, 20℃가 되면 지구에 ‘제6차 대멸종’이 도래한다”며 “과학자들은 이대로라면 100년 이내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은 탄소배출량 기준으로는 G7(세계 주요 7개국)에 근접한다”며 한국부터 탄소중립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들은 전 세계의 탄소중립 ‘스탠더드’에 맞춰 결국에는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유럽연합(EU)는 2035년부터 회원국 영토에 전기차만을 허용한다.

반 전 총장은 개개인의 ‘에너지 절약’도 강조했다. 그는 “내일부터 물 한 방울, 종이 한 장을 아껴서 쓰고 불을 잘 끄는 습관을 들여주길 바란다”며 “사소해보이지만 인류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건 세계 시민으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이라며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있게 다같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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