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딸에 '수면제 분유' 먹이고 방치…숨지게 한 40대 父 실형

생후 약 3개월 된 딸에게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이 들어간 분유를 먹이고 방치해 숨지게 한 40대 친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1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강의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A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10시20~40분 사이에 사실혼 관계인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생후 약 3개월 된 B양을 혼자 돌보던 중 졸피뎀을 섞은 분유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저체온증 등 위험한 상태에 놓인 B양을 안고 있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을 잃게 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질식사로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사기죄로 지명수배받던 A씨는 체포될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고 방치했다.

A씨는 "B양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급하게 분유를 탔는데, 제가 마시려고 준비해 둔 수면제 섞인 물을 실수로 사용했다", "집이 어두워서 몰랐다"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공호흡을 하는 등 구호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시간과 실제 분유를 먹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 다른 점과 급박한 상황에 구속을 우려해 아내 계좌로 돈을 송금한 점 등을 미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구호 조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이가 구토하고 코에서 분유가 흘러나오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데려가거나 신고했어야 했다"며 "1시간가량 아이가 적절한 조치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행위로 아이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과거 학대한 정황은 없지만, 아이가 잘못될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