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너를 계속 믿었을까..역대급 패착 될 뻔한 NC의 ‘좌우놀이’
[창원(경남)=뉴스엔 안형준 기자]
왜 태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까.
NC 다이노스는 10월 19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NC는 14-9 역전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4위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경기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만루홈런 포함 6타점을 몰아친 서호철의 활약과 8회말 폭발한 타선을 앞세워 승리는 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짙게 남았다. 특히 마운드 운영에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 자칫 역대 최초의 '굴욕'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 페디가 16일 KIA전에 등판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수 없었던 NC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태너를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2차전에서 송명기와 신민혁을 기용할 계획을 세운 강인권 감독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빼들었다.
하지만 태너는 페디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불안했고 1,2,3회 연이어 실점했다. 1회에는 1사 후 안타, 2루타를 연이어 허용한 뒤 양의지의 땅볼 때 실점했고 2회에는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안타, 후속타자 김인태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실점했다. 3회에는 1사 후 로하스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태너는 4회초에야 처음으로 무실점 이닝을 만들었다. 2사 후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줬고 포수 김형준이 도루를 저지해 이닝을 마쳤다.
4이닝 동안 한 번도 삼자범퇴에 성공하지 못한 태너는 4회까지 안타를 6개나 허용했고 그 중 무려 4개가 장타였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닌 태너를 상대로 두산 타자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태너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태너가 먼저 3점이나 허용했지만 NC 타선은 4회말 서호철의 만루포와 김형준의 백투백 홈런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호투하던 두산 선발 곽빈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경기의 분위기가 NC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하지만 NC는 흐름을 지키지 못했다. 투수교체 타이밍이 문제였다. 4회까지 매 이닝 불안한 모습을 보인 태너를 강인권 감독은 5회에도 마운드에 그대로 올려보냈다. 경기 내내 불안했던 투수가 팀이 역전했다고 해서 갑자기 위력투를 선보일 수는 없었다. 태너는 5회초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볼넷, 대타 김재환에게 안타를 내줘 위기를 자초했다.
NC는 그제서야 이재학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올시즌 대부분을 선발로 뛰었고 제구가 안정적인 투수도 아닌 이재학이 득점권 위기를 위력적으로 틀어막을리는 없었다. 이재학은 첫 타자 양의지에게 적시타를 내줬고 폭투로 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킨 뒤 땅볼로 동점까지 허용했다.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영규가 볼넷 두 개를 연이어 허용한 뒤 대타 박준영을 간신히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두산의 5회초 공격이 끝났다.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4회말 홈런 두 방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으며 완벽하게 끌어왔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마 단순한 계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좌완인 태너에게 3번 타순의 좌타자까지 맡긴 뒤 양의지, 양석환, 강승호로 이어지는 우타 중심타선을 우완 이재학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재학은 우타자 3명만을 상대한 뒤 7번 좌타자 김인태 타석에서 좌완 김영규로 교체됐다.
사이드암 투수인 이재학에게 좌타자와 상대를 맡기는 것이 불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학은 올해 우타자 피안타율이 0.257, 좌타자 피안타율이 0.197로 오히려 좌타자를 더 잘 막아낸 투수였고 무엇보다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선발투수로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았다.
이재학을 쓰려면 5회를 처음부터 맡겼어야 했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수를 교체하려면 이재학이 아닌 전문 불펜투수를 선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NC는 두 가지 모두를 지키지 않았고 단순하고 기계적인 '좌우 놀이'를 벗어나지 않은 투수운영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고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페디를 이번 시리즈에서 기용할 수 없는 NC는 1차전에서 반드시 시리즈를 끝내야 했다. 2차전까지 승부를 이어갈 경우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브랜든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규시즌 4승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한 송명기와 11승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한 브랜든의 선발 매치업은 압도적으로 두산 쪽으로 기울어있었다.
역대 최초로 5위 팀의 와일드카드 업셋이 올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 것도 바로 두산이 2차전 선발 매치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태너는 페디가 아닌 만큼 역시 에이스급 투수인 곽빈이 태너와 맞대결에서 승리한다면 2차전은 두산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가능했다. 그렇기에 NC 역시 1차전을 벼랑 끝 승부처럼 치러야 했다.
기계적인 '좌우 놀이'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다른 손 타자와 더 좋은 상대를 하는 '리버스 스플릿' 투수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강한 투수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선수에게 어떤 상황을 부여하느냐가 승패와 더 밀접한 경우가 많다.
결정적인 패착이 될 뻔했던 투수교체는 팀이 승리하며 일단 '지나간 위기'로 남게 됐다. 과연 NC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마운드 운영을 선보일지 주목된다.(사진=강인권/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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