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강조하더니…미국, 유엔서 ‘공격 일시 중단’ 홀로 반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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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1억달러(약 1350억원)의 원조 계획과 민간인 보호 등 팔레스타인 쪽을 달래는 언급도 내놨다. 하지만 미국은 휴전 또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일시적 전투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잇따라 반대하면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차단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유엔 안보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 순회 의장국 브라질이 제출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이사국 15곳 중 12곳의 찬성을 얻었다. 대다수의 찬성을 확보하고서도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같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영국이 기권한 이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은 미국이 유일했다. 나머지 상임이사국인 중국·프랑스는 다른 비상임이사국들과 함께 찬성했다. 이번 결의안은 휴전이 아니라 유엔 기구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해 일시적인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브라질은 친이스라엘 국가들을 의식해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범죄”를 비난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제법 준수와 민간인 생명 보호도 명시했다. 하지만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언급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점을 거부권 행사 이유로 들었다.
지난 16일에는 러시아가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엔 러시아·중국 등 5개 나라가 찬성하고, 미국 등 4곳은 반대, 6곳은 기권했다.
과거에도 미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유엔 내 다수 의견과 달리 이스라엘을 옹호해왔다. 하지만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시작된 뒤 미국은 중립적으로 보이는 안보리 결의안에도 반대하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놓고 미국은 제재를 추진하고 중·러가 거듭 거부권을 쓰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텔아비브에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지원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귀국하는 전용기에서는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에 대해 이스라엘 및 이집트 정부와 논의해 트럭 20대 분량의 인도적 물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20만명이 가자지구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갇힌 채 물·식량·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극한의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정도 지원안이 큰 도움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민간인 생명 보호는 미국의 확고한 원칙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에 자제를 당부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했다. 그는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면서도 “분노를 느끼는 한편으로 그것에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또 미국이 9·11 테러 뒤 “실수를 저질렀음을 상기하라”고 했다. 미군이 테러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고 장기 주둔하면서 더 큰 갈등과 분쟁을 일으킨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프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1년 8월 미군이 20년 만에 철군하며 정권 붕괴와 테러 등 혼란이 빚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충고를 놓고 일부 미국 언론은 이스라엘에 분명히 자제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휴전이나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라는 정도의 조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도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들을 비롯한 300여명은 이날 워싱턴의 하원 사무동 로비를 점거한 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다 다수가 연행됐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소속 시위대는 미 의회 사무소 건물을 가득 메우고 “지금 당장 휴전하라”고 외쳤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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