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 ‘메기’가 나타났다

이재덕 기자 2023. 10. 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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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4일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 개시…기아도 이달 론칭
경남 양산·경기 용인에 상품화센터 마련…5년·10만㎞ 미만 취급
제조사 직판, 매물 신뢰도 상승 기대…기존 매매상, 매출 타격 우려
현대차가 품질 보증…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사업 공식 출범 유원하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현대차 관계자들이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현대차 인증 중고차센터에서 열린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미디어 데이’에서 인증 중고차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오는 24일부터 중고차 판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낮은 신뢰도 등으로 혼탁해진 중고차 시장에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가 ‘메기’로 등장한 모습이다. 허위 매물이 줄고 믿을 만한 품질의 중고차가 늘어나 시장이 정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기존 중소 매매상사들의 매출 하락 등 피해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따른다.

현대차는 19일 경남 양산의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에서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인증 중고차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는 제조사가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로, 상품화센터에서 품질 검사·수리·세차 등을 거친 뒤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 현대차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이 완료된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80’ 중고차를 공개하고 24일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이달 중 중고차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양산 센터 외에 경기 용인시에도 상품화센터를 마련해놨다. 상품화센터에서는 주행이력 5년, 10만㎞ 미만의 현대차·제네시스 중고차가 판매된다. 현대차는 두 달여가 남은 올해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설정하고 내년부터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 예상 판매대수는 2만대다.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30조원 수준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 2분기 매출(42조원)보다는 조금 작지만, 기아의 2분기 매출(26조원)보다도 큰 시장이다.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연 250만대로, 연 170만대 수준인 신차 판매량보다 많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중고차 사업 진출로, 매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 제조 데이터와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최근 3년간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80%의 실거래 가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매입 시에는 AI 가격산정 프로그램과 전문인력이 확인한 차량 상태 정보만으로 매입가격을 산출키로 했다. 전문인력이 가격흥정이나 감정평가는 하지 않는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또 중고차 구매 시점 기준으로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하고, 신차와 동일하게 전국 1300여개의 현대차·제네시스 서비스망에서 보증서비스 등의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존 중소 매매상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인시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 관계자는 “중고차 중 현대차·기아 매물이 제일 많은데 이들 제조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팔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걱정했다. 이어 “결국 현대차가 진출하지 않는 5년 이상, 10만㎞ 이상 중고차 시장을 두고 중소 매매상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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