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미술에서 생태정치의 가능성을 묻다
사회·정치·인류학 등 연구방법론, 미술 지평에 적용… 환경 실태 공론화
방글라데시 작가 무넴 와시프의 작품 ‘씨앗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는 짙푸른 바탕에 볍씨 몇 알을 흩뿌려 놓은 게 전부다. 파란색은 아이러니한 색이다. 우울과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차가운 느낌을 안기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심신이 편안해지는 따뜻함을 지녔다. 상실감을 느낄 때 찾게 되는데, 정작 마주하면 마음 한편에서부터 무언가 채워지는 치유의 기능도 한다. 여기에 쌀알들이 있으니 생명이나 순환 등을 말하는 것이리라 넘겨짚을 법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 ‘기계물질’은 인간 노동이 기계로 대체된 상황을 묘사하며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쳐 온 벵골 황마산업의 몰락과 노동 착취, 이에 얽힌 애달픈 일화들을 상기시키는 영상 설치작품이다. 멈춰 버린 공장의 기계들과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비추는 영상, 지저귀는 새 소리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황폐해진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은 빛바랜 과거 산업 발전 시대의 기억을 소환하며 후기 식민 시대 방글라데시 경제의 유약성을 드러낸다. 영국은 모슬린 면화를 생산하는 목화 아종이 완전히 멸종할 만큼 방글라데시 섬유제조업을 무너뜨렸고, 이는 여전히 계속되는 식민주의의 폭력성을 보여 준다.
출품작들은 공공 캠페인, 현장조사 및 여론조사, 사례분석, 기록과 협업 등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의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미술의 지평에 적용해 환경 문제를 공적 사안으로 간주하며 그 실태를 미술관 안팎에서 공론화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전시를 통해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 공통 과제를 직시해야 할 때”라면서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공생 입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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