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진상, ‘백현동 아파트 개발’ 부당 지시 수차례…법령 위배 알고도 승인
검찰이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브로커 김인섭씨의 청탁에 따라 민간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부당한 지시를 내린 구체적인 정황이 포함됐다.
19일 본지가 입수한 이 대표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는 이 대표와 정진상씨가 백현동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오랜 기간 정치적 동반자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초선·재선에 기여했던 김인섭씨가 청탁한 사업 지역 용도 지역 변경,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배제 등을 승인해줬다고 밝혔다. 이 대표 등은 또 백현동 개발 관련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오병 설치 승인 등 민간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특혜도 부여했다.
김인섭씨는 2013년 말~2014년 초부터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진상씨에게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짓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용도지역 변경을 비롯한 백현동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부탁했다. 백현동 민간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대표는 2014년 4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대부분을 아파트 건설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백현동 부지를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성남시에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정바울씨는 그해 9월 사업 부지에 대한 두 번째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정진상씨는 2014년 11월 용도지역 변경 업무를 담당하는 성남시 도시계획팀장 김모씨에게 “(김)인섭이 형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므로 잘 챙겨줘야 한다”며 “관련 인허가 등 신청서류가 접수되면 사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2014년 12월 2차 요청이 반려되자, 정진상씨는 김 팀장에게 다시 전화해 “사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김 팀장은 2014년 12월~2015년 1월 정바울씨에게 “아파트 건설 주거용지와 R&D 용지 비율을 6:4로 해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바울씨는 이 기준대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10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민관합동개발 추진을 골자로 한 3차 용도지역 변경 요청을 2015년 1월 성남시에 제출했다.
같은 해 2월 정바울씨는 공사를 직접 찾아가 공사의 사업 참여에 따른 이익수취 방안 4가지를 제시했다. 해당 방안 중엔 용역 계약을 통해 공사가 용역대금 200억원을 확정적으로 받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씨는 3월 이 대표에게 “정바울 측에서 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현금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이 대표는 유씨에게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와 정진상씨의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을 최소 20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시기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이 대표와 정진상씨에게 “3차 요청을 수용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사 사업 참여’ 등 9개 사항을 이행조건으로 부과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때 이 대표는 3차 요청이 도시기본계획에서 금지된 내용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용도지역을 4단계 수직 상향하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 지시가 당시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상 용도 지역 변경 기준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바울씨는 공사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자신의 이익이 감소하고, 공사 사업 참여로 절차가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애로사항이 생기자 김인섭씨에게 “이 대표와 정진상씨에게 공사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도 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정진상씨에게 “R&D건물과 용지까지 기부채납하는데 공사까지 참여하면 사업 수익성이 너무 악화된다”며 공사 배제를 청탁했다고 한다.
한 달가량이 지난 뒤 정진상씨는 용도변경을 담당하는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을 따로 불러 “공사는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이 대표 지시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진상씨가 ‘향후 추진 과정에서 확실히 공사가 배제되도록 업무를 처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이 대표는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빠진 보고서를 보고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초 포함돼 있던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누락된 것을 알고도 보고서를 승인하고 추후 절차 진행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지시에 따라 시의회 의견 청취 등 향후 절차가 진행됐고 2015년 9월 이 대표는 공사의 사업 참여가 누락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 의견 청취 과정에서 다수의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민간업자 단독 개발에 따른 성남시의 손해 등 문제를 제기했으나 성남시 측은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016년 5월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공사 사업 참여가 누락된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같은 해 7월 공사의 사업 배제 이유를 묻는 유동규씨에게 ‘정진상이 김인섭과 이야기가 됐다고 해서 공사의 배제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자신의 결정을 재차 하달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정진장씨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바울씨 측의 테라스하우스 건축 계획이 산지관리법 위배 소지로 무산되자, 성남시 도시주택국장 김모씨에게 산지를 수직 절개한 뒤 절개면에 옹벽을 세우고 아파트 1개 동을 추가로 세우는 대안에 대해 “문제 삼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와 정진상씨는 김인섭씨가 오랜 기간 정치적 동반자이고, 이 대표가 출마한 각종 선거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에 따라 법령에 위배되는 것을 알고도 이러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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