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지는 안 돼”…미 국무부 과장, 정부 비판하며 사직
미국 국무부의 중견 직원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을 공개 비판하며 사직했다.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무기 등 안보 지원 업무를 담당해온 이 직원은 “한쪽(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에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 정치군사국에서 의회·공보 담당 과장으로 일해온 조시 폴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국무부 동료들에게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며 “사임 이유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무기 지원을 둘러싼 정책적 이견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응, 그리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더 많고 깊은 고통을 안길 뿐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믿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을 향한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 지원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국무부 정치군사국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무기 이전·제공을 총괄하는 부서다.
그는 자신이 11년간 국무부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도덕적 타협”을 해왔지만 “이스라엘에 신속하고 확대된 살상무기 제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는 견딜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분쟁에서 한쪽 당사자에게 무기를 서둘러 공급하는 일과 같은 정책 결정을 지지하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이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이며 부당할 뿐 아니라, 우리가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규칙 기반 질서나 자유, 정의 등 핵심 가치들에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행정부가 이스라엘 측 대응을 완화하려 가자 주민들을 위한 구호물자, 전기, 물 공급과 안전한 통로 마련을 옹호한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제3자인 우리는 전투원이 아니라 중간에 낀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끔찍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면, 그것이 적이든 혹은 파트너의 소행이든 지목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미국이 하마스의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대응 전반을 놓고는 “확증편향, 정치적 편의주의, 지적 파산, 관료적 관성에 기반한 충동적인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국무부에 몸담기 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미국의 안보 담당관으로 재직하며 이스라엘군(IDF) 및 팔레스타인 당국과 협력해온 그는 “평화를 위한 안보는 안보도, 평화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십년간의 같은 접근으로 드러났다”며 “한쪽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는 장기적으로 양쪽 사람들의 이익에 파괴적인 영향을 남긴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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