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냐? 딱 보면 알게" "표적 감사"…방문진 놓고 여야 대결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가짜뉴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MBC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인터뷰 논란을 빚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며 방문진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권 이사장에게 "MBC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녹취록 관련 기사 4꼭지를 보도했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던 녹취록에 4꼭지나 할애한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해당 이슈가 대선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녹취록에 대한 철저한 팩트체크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권 이사장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 이사장은 "방문진은 방송 제작이나 편성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팩트체크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검증했느냐,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느냐고 질문하면 그것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안형준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문진과 권 이사장이 안 사장의 '주식 차명 보유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기자 출신인 권 이사장을 공직에 발탁했을 때는 정치적 편향성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기자로서 객관적인 검증이나 비판적인 사고의 기지를 발휘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작년 국정감사 때 박성제 전 MBC 사장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권 이사장은 객관적인 검증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이 무슨 궁예냐. 딱 보면 다 아느냐"며 "방문진 차원의 경위 파악은 하지 않고 대화 한 번으로 해결을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권 이사장은 "안 사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당사자로부터 문제가 될 경우에는 책임을 질 것이라는 확약도 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은 안 사장은 지난 8월11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2016년 CJ ENM PD 곽 모 씨가 협업사 주식을 공짜로 받은 의혹으로 사내 감사를 받을 때 안 사장이 CJ ENM의 사실확인 요구에 해당 주식이 자신의 소유라고 답해 CJ ENM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MBC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없다며 국민의힘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의 권 이사장 해임 의결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 임원 성과급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 경영성과를 적절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해임안을 의결했다. 권 이사장은 이에 불복해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지난 9월11일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용인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이 MBC 방송편성과 제작 과정에 지금까지 개입해 본 적이 있냐"며 "MBC는 시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로 선정됐다"고 했다. 이어 "권 이사장 해임의 부당함이 이미 법원에서 나타났다"며 "방통위가 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 안건은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이는 방통위법 13조 7항 위반"이라고 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도 "방통위의 권 이사장 해임 사유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된 부분이 있다"며 "MBC 경영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을 들더니 방문진 임원을 파견해 감독한 것을 문제 삼았다. 억지로 해임 사유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권 이사장의 해임을 위해 정부가 표적 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난 7월31일 감사원이 방문진 감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엉뚱하게 방통위에 질문서를 보내 감사 내용을 토스했다"며 "권 이사장을 빨리 해임하기 위해 감사원과 방통위가 불법 합동작전을 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에 확인을 해보니 감사원 질문서는 감사 대상에게 보내는 것이지 관계기관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답변을 해왔다"며 "불법 사항이다.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는 이날 오는 26일과 27일 예정된 종합감사에 출석시키기 위한 증인 및 참고인 채택에 실패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 출석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감사 일정 7일 전까지는 출석 대상자에게 통지서를 보내야 한다. 20일 과방위의 국정감사나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실질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모두 모여 증인 채택을 의결할 수 있는 날짜는 이날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사실상 불발됐다"며 "증인 채택 협상을 안건조정위원회와 연계해서 처리하자고 하는 (여당의) 요구는 말도 안 된다. 또 넷플릭스는 증인으로 절대 안 된다는 두 가지 지점 때문에 증인 합의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도 "증인 채택이 사실상 불발된 것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위원들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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