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언더 더 씨’…해녀학교 졸업해도 30%만 활동
제주도 월 50만원 지원금에도
어촌계 회원 승인 장벽 높고
물질 생계유지 어려워 포기
제주에서 신규 해녀 양성을 위해 ‘해녀학교’를 운영 중이지만 졸업생들이 해녀로 활동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호형 제주도의원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수풀해녀학교의 직업반 졸업생 86명 중 어촌계에 가입해 신규 해녀가 된 비율은 29%(25명)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귀포시에 있는 법환해녀학교 졸업생 156명 중에서 해녀가 된 비율은 30.1%(47명)로 나타났다.
해녀학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1곳씩 운영 중인데, 일반적으로 5월에서 7~8월까지 해녀를 직업으로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해녀 잠수법과 해산물 채취 기술 등을 교육한다.
해녀학교 졸업생이 실제 해녀로 활동하는 비율이 낮은 것에는 해녀가 의무적으로 속해야 하는 어촌계 가입 장벽이 높은 점, 신규 해녀의 경우 소득이 적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녀학교를 졸업했다고 곧바로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촌계 합의를 거쳐 회원으로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도의회 농수축경제전문위원실 관계자는 “해녀들은 바다의 일정 구역을 함께 관리하면서 수입을 나눠 갖는 만큼 무작정 신규 해녀를 받아들이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교육생들 역시 막상 교육을 받아보면 해녀가 바다에서 겪는 육체적 어려움을 알게 된다. 해녀학교에 등록했지만 당장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추후 해녀가 될 것이라는 체험 형식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험이 많고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상군 해녀와 달리 신규 해녀들은 물질(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점 역시 전업 해녀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요인이다.
박호형 의원은 지난 18일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2015년 법환해녀학교 설립 후 매년 1억2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나 졸업생의 어촌계 가입률은 저조하다”면서 “특히 2020년 제주도 어가실태조사를 보면 해녀의 연간 수입은 대략 678만원으로 신규 해녀가 해산물 채취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만큼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도는 40세 미만의 신규 해녀에게 100만원 가입비와 3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지원한다.
제주도의 등록 해녀는 2020년 3613명, 2021년 3437명, 2022년 3226명으로 매년 200명 안팎이 줄고 있다. 반면 새롭게 등록하는 해녀는 2020년 36명, 2021년 40명, 2022년 28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전체 해녀의 64.8%가 70~80대라는 점에서 향후 해녀 수는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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