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러시아 비난했던 미국의 ‘내로남불’

미 대사 “이스라엘 자위권 언급 없는 초안 실망” 입장

결의안 반대에 ‘손 번쩍’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중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브라질이 발의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거수로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채택이 무산됐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의장국인 브라질이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촉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스라엘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전과 달리 대다수 이사국이 지지를 표하면서 이번에는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는 결의안 초안에 미국은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결의안에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안보리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난해온 미국이 러시아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사회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안건이 안보리에 회부될 때마다 이스라엘을 보호해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1982년 이후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수십번의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브라질 대사는 결의안 채택 실패에 대해 “매우 슬프다”면서 “이사회의 침묵과 무대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엘파이스는 세계 평화와 안보 보장을 담당하는 기구의 활동이 상임이사국 한 곳의 반대로 저지되는 무능력하고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브라질이 제출한 결의안 표결에 앞서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도 모두 부결됐다. 러시아는 브라질의 초안에 가자지구 내 민간인 공격에 대한 규탄 문구를 추가한 수정안과 휴전 문안을 추가한 수정안을 각각 제출했으나 채택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16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과 인질 석방, 인도주의 구호물자 접근 허용 등을 촉구하는 자체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의회의사당에는 ‘즉각 휴전’이라고 적힌 옷을 입은 시위대 수백명이 몰려와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대량 학살을 중단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