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이 공급·수요 총괄, 관건은 ‘의사 교수’ 확보
재정 투자로 의료역량 강화
소관 부처도 복지부로 이관
전문가들 ‘방향’엔 긍정 반응
지방의료원 등엔 지원 미미
정부가 19일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은 지역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인 ‘국립대학병원’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 17개 국립대병원(본원 10곳+분원 7곳)에 인력과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역 내에서 의료 공급과 수요를 총괄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의사와 환자 모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비수도권에 살면서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71만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교육부 소관인 국립대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 국립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인건비 총액 인상(연간 1~2%)에 제한이 따른다. 이에 민간 의료기관 의사와 개원의에 비교해 소득이 적다. 정부는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하거나 예외 규정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국립대병원에서 수련한 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분원 포함)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수 정원도 늘리는 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초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병원의 중환자실, 응급실 병상·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도 지원한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센터’(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에 재정 투자를 집중적·지속적으로 해 의사들이 남아 계속 일하도록 유인하겠다”며 “이는 또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선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보건경제학)는 “지역 국립대병원들은 지역 내 평가가 대체로 좋기 때문에 인력과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해 (역량을 높인다면)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자원 관리, 공급망 총괄관리, 각종 필수의료 지원사업·기관에 대한 성과평가 등을 주도하는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지역 보건소와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 지방의료원(공공병원)과 민간 종합병원 등 2차 의료기관, 필수의료 전문병원 등과의 ‘협력 모델’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 10개 국립대병원 본원과 7개 분원이 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본원 및 분원이 없는 인천과 울산은 사립대병원(가천대 길병원·울산대병원)에 권역 책임의료기관 기능을 부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커지면서 향후 의대 정원 확충 때 국립대 의과대학 정원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립대병원 역할 증대와 국립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서는 ‘의사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의 유인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또 국립대 의대를 졸업하더라도 의사들이 지역 국립대병원에 남아 일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 내 1·2차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 해제 후 손실이 커 재정난을 겪고 있고 일부 진료과목은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중추적 역할을 하되 지방의료원에도 상시 근무하는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보건소 등에도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신설 없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향미·민서영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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