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채식, 농민 죽인다”…영국 농촌 주민들 ‘반격’ 나섰다
최근 영국 지자체들이 ‘완전채식(비건)' 선언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농촌지역 지자체들이 잇달아 반기를 들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두루 소비해야 농업과 땅을 살릴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영국 농업전문지인 ‘파밍UK’는 오는 19일(현지시간) 서퍽 주 의회가 케이터링(Catering·행사나 연회 때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이 필요한 지역 행사 식단의 선택에 채식과 함께 육류와 유제품 선택이 ‘항상’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동의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자로 보도했다.
시의회 부의장인 리처드 라우트가 제출한 이 동의안은 의회가 지역 경종·축산농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완전 채식 식사뿐만 아니라 영양 많은 지역 육류와 유제품을 고루 소비하도록 장려하는 게 골자다.
이 매체는 “서퍽주가 콘월주, 노스노샘프턴셔주에 이어 세번째로 ‘농축산업 지키기 선언’에 동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콘월 의회는 지역 농민들을 돕기 위해 의회 행사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포함한 제철 지역농산물 적극 공급에 만장일치로 동의하며 ‘채식 선언’의 흐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노스샘프턴셔 단일 당국도 6월 육류와 유제품을 포함한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고, 과도한 중앙정부 규제에 맞서 농장 발전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동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영국 농촌지역의 적극적인 반발은 여러 지자체들의 ‘비건 선언’과 관련이 깊다. 지역 내 각종 케이터링 행사를 비롯해 학교·카페에서 육류와 유제품 제공을 금지하고 주민들에게 완전 채식을 실천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
특히 런던 근교의 옥스퍼드셔주가 지난해 2월 의회 내 행사에서 완전 채식만을 제공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인 ‘탑기어’ 진행자로 잘 알려진 제러미 클라크슨은 “당신의 신념에만 의존해 다른 사람들을 채식주의자로 만든다면 이는 ‘완전한 광기’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농민들을 옹호했다. 그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중인 예능 프로그램 ’클라크슨 농장'을 진행하며 완전 채식화 등 영국 농업계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옥스퍼드셔주에 앞서 에든버러시, 노리치시, 헤이워즈 히스타운 등 여러 시의회는 ‘식물기반 조약’에 서명하고 ▲가축농장 건설 중단 ▲학교·병원·요양원·교도소 및 공공기관의 단체급식에 식물성 식품 소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엔필드 자치구 의회와 옥스포드 시의회는 각각 2020년과 올해부터 내부 행사에서 육류를 제외시켰다. 케임브리지 시의회도 2026년까지 의회 회의에서 완전한 식물성 케이터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서퍽주의 결정에 대해 농민단체들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농촌주민연맹(Countryside Alliance)의 모 메캐프 피셔 대외협력국장은 “우리는 최근 몇년 동안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금지하고 대중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경고하는 유치한 발의를 통해 농민들에게 등을 돌리는 많은 지방의회를 보았다”면서 “이제 농촌 지역사회는 충분히 상황을 지켜봤고, 이제는 반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농업친화적 정책 도입’을 적극 주창하고 있다.
그는 “만약 채식을 강요하려는 자들의 뜻대로 축산업 기반을 잃게 된다면 영국 농촌은 황무지로 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정당이 농업친화적인 이번 법안을 지지하기를 바란다. 지금 농촌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톰 헌트 서퍽주 보수당 의원도 “고기·유제품·채소 등 지속 가능한 현지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데 왜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수입한 식물성 대체 식품에 의존하냐"며 “이렇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농민을 지원하는 실용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이 발의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농업 반대자’일뿐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빼앗았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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