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폭발 후폭풍... 베를린 유대회당 화염병 피습, 중동시위 격화

베를린/최아리 특파원 2023. 10. 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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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집회 참석자들이 전날 가자 지구 병원 폭발 사건과 관련,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중동의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열렸다./로이터 뉴스1

지난 18일 새벽(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중심가의 한 유대인 시설에 신원 미상의 남성 2명이 화염병을 던져 독일 안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일간 타게스슈피겔이 보도했다. 이 시설에는 유대 회당, 탈무드·모세오경 학교, 탁아소가 있다. 화염병이 건물을 맞히지 못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2차 세계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반성으로 이슬람권의 반유대주의에 단호하게 대처해온 독일은 충격에 휩싸였다. 기데온 요페 베를린 유대교구 대표는 “1938년 유대인 학살의 밤 이후 85년 만에 독일 수도에서 또다시 유대 회당이 불타려 한다”고 했다.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목숨을 앗아간 17일 가자지구 병원 폭발을 계기로 하마스가 ‘분노의 날’을 선포하자, 19일까지 중동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베를린 노이쾰른 등에서 폭동에 가까운 시위가 이어졌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전쟁 이후 세계 각국에서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을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이슬람권 내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로 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를 낳을 수 있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중동권을 넘어 세계 전역에서 유대인과 반(反)유대주의, 이슬람과 반이슬람 세력이 전방위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의사당 점거, 300명 연행 - 미국의 친팔레스타인 유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회원들이 18일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당장 아랍권 곳곳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행정수도 라말라에선 17일 팔레스타인 청년 수천명이 쏟아져 나와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레바논·이란·예멘·요르단·튀르키예·튀니지·쿠웨이트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이튿날까지 이어졌으며, 레바논과 이란 등 일부 국가에서는 참가자들이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위 발생 국가 등에 체류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에게 “신변의 위협이 있으니 즉각 출국하라”고 했다.

17일 병원 폭발의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은 이를 이슬람 테러단체의 오폭이라고 보고 있지만, 하마스 등 이슬람권은 이스라엘에 책임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이제는 진실이 무엇인지 상관이 없는 단계가 됐다. 이슬람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이미 단정하고 있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책임 공방이 들불 같은 분노로 번져,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테러 집단 간 상호 보복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재앙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6일에는 튀니지 출신 한 테러범이 벨기에 브뤼셀 도심 광장 인근에서 행인들을 향해 최소 8차례 총을 난사해, 스웨덴인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범행 직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이슬람국가(IS) 출신이자 알라를 위한 전사”라고 밝혔다. 그는 범행 다음 날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지난 13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프랑스 북부 파드칼레주 주도 아라스에서 교사를 흉기로 살해했다. 유럽연합(EU)은 프랑스와 벨기에 테러가 모두 각국에 불법 체류하던 이민자 소행으로 드러나자 강제 추방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 외에도 18일 프랑스의 14개 공항이 동시에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아 공항이 폐쇄되고 이용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대인 사회도 분열하고 있다. 18일 미국 연방의회 사무동과 주변에서 시오니즘(유대국가 건설운동)에 반대하는 유대인 좌파 단체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약 300명이 체포됐다. 시위대 중 3명은 의회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것은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란 단체였다. 이 단체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 측) 폭력의 근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에 있다. 내 이름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고 시위 이유를 밝혔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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