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영끌족’에 경고한 한은 총재…“1%대 금리 기대도 하지마라”
최근 다시 꿈틀하는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모처럼 살아나기 시작한 실물 경제가 아직은 금리 인상 충격을 감당할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통화정책 변경이 어느 한쪽에는 약이 되지만 다른 한쪽에는 독이 되는 딜레마가 계속됐다.
결국 섣불리 금리를 건드리지 못하고 지난 1월 이후 내내 ‘방어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 6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이다.
한은은 경기 우려감을 반영해 금리를 3.5%로 묶어두면서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며 좀처럼 가계부채가 줄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두 경고를 날리며 견제에 나섰다.
금리 동결의 최대 배경은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다. 2분기만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늘어 1분기(0.3%)보다 선방했지만 민간소비, 수출·수입, 투자 등 전 부문이 뒷걸음쳤다. 하지만 3분기 들면서 경기 변곡점이 형성됐다. 8월 전 산업 생산이 반도체 효과에 한달 새 2.2% 늘어 3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고, 무역수지도 넉달째 흑자가 이어져 교역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모처럼 바닥을 짚은 경기에 금리 인상 찬물을 끼얹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날 금통위원 중 1명은 향후 3개월간 금리를 올릴 가능성과 내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위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단시일 내에 금리가 내려가 빚투 부담이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가계대출에 카드 빚을 합친 가계신용은 1862조8000억원(2분기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었다. 올 1분기 가계신용은 전 분기 대비 14조3000억원 줄며 주춤했지만 최근에는 고금리에도 재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금통위는 최근 불안해진 물가도 의식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새 3.7% 올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번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물가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8월에 예측했던 물가(상승률)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게 금통위원들 중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들어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중반쯤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그 이후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물가가 2% 초반대로 내려오고, 미국도 인하 조짐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상반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내년상반기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과 성장 경로 정도에 따라 인하 기대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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