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혼자 살기 싫어”…월 300만원 요양원에 대기자 수천명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10. 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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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 서초·위례서 요양시설
2025년까지 강동·은평·광교에 추가
신한라이프 사업신고하고 부지물색
삼성생명·화재 등은 사업성 검토 중
보험·요양사업 연계상품 개발 추진도
토지·건물 소유 ‘규제’ 초기 걸림돌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건물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택가에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띈다. 평범한 단독주택처럼 보이지만 KB라이프생명이 운영하는 노인 요양 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다. 도심 접근성도 뛰어난데다, 방을 열면 공용거실로 이어지는 ‘가정집’ 설계와 1·2인 1실로 어지간한 호텔보다 깨끗하고 아늑했다. 법적 기준보다 30% 많은 직원들이 노인들을 24시간 돌봐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초의 경우 80명의 정원이 꽉 차서 2072명이 대기자로 등록했는데,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위례빌리지까지 합치면 대기자가 5000여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5년 강동·은평·광교 3곳에 노인 요양시설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저성장 고민에 빠진 보험사들이 신사업으로 노인 요양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종신보험 등 기존 보험상품 판매의 증가세가 꺾이고 수익률이 떨어지자 은퇴자의 노후 건강관리와 돌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요양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생보사 중에는 KB라이프생명의 행보가 빠르다. 요양 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5년이면 서울·수도권에 노인 요양 시설 5곳과 주야간보호시설 5곳, 주거복지시설(실버타운) 1곳 등 총 11개의 시니어 케어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KB라이프생명은 현재 서초·위례빌리지 등의 이름으로 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위례빌리지의 경우 월 이용료 200만~300만원, 정원 125명 수준인데 대기자가 2900여명에 이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명보험과 요양사업과 연계된 상품·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는 금융위원회에 요양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신고를 마치고, 노인 요양 시설 부지를 찾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NH농협생명 등은 요양 사업을 미래 사업 후보로 올려두고 사업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선 “매각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생보사, 손보사 가릴 것 없이 요양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고령층의 요양 서비스 수요는 차고 넘친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장기 요양 서비스 이용자는 올해 93만1000여 명에서 2027년 122만7000여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같은 기간 노인 요양시설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는 21만1000여명에서 27만8000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을 갖추고 독립적 생활을 하는 노년층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간 소득은 2020년 1558만원으로 2008년 700만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80~90세에 진입하면 요양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과 서비스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요양시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75% 가량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성공 사례도 국내 보험사들이 요양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일본 3대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는 2015년 요양 사업에 뛰어들어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솜포홀딩스의 요양사업 자회사 솜포케어는 요양 시장 2위 업체로 등극했고, 지난 3월 기준 매출 1498억엔(약 1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요양사업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해외보험, 디지털사업과 더불어 솜포홀딩스의 5대 핵심 사업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다만 높은 초기 비용이 보험사들의 고민거리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사들여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접근성이 양호한 수도권에서 100인 규모의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토지 매입 등 초기 비용만 최소 500억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처럼 요양시설 건물을 임차할 수 있거나 위탁 운영이 허용된다면 보험사들의 진출이 늘면서 양질의 요양시설이 빠르게 확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경우 노인 요양시설이 난립하고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요양 서비스 활성화 연구 용역을 통해 요양 서비스 사업자를 신용 등급 등 기준을 설정해 ‘우량 법인’으로 한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운영 면에선 정부가 지역별 정원 총량을 관리하거나 서비스 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영업권 갱신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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